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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Nov 04. 2015

유럽의 교육

로맹가리 Education europenne '암흑의 시절'

로맹 가리 유럽의 교육
Education europenne


로맹 가리 소설<유럽의 교육>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역사를 교육받았기 때문에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읽는 동안 독일을 일본으로 바꾸어 읽고 있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슬펐다. 내가 꼭 총부리를 일본인에게 겨누고 쏘았을 거란 걸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쐈을 테니깐...

                                                                                                            

<이야기 하나 해줄게. 그들이든 우리든, 어떤 점에서 사람들이 서로 닮았는지 가르쳐줄게.>
p89-90 중에서..

일본 국민은 어떻게 그런 걸 용인할 수 있을까? 어째서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학살자의 역할에 순응하는 것일까? 일말의 인간다움이 남아 있는 탓에 상처받고 우롱당한 일본의 양심이 정말 반란을 꾀하고 복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 그 반란의 표지를 보게 될까?

그런데 어느 날 한 젊음 일본 병사가 숲으로 왔어. 탈영병이었지. 우리 편이 되려고 온 거였어. 진심으로, 용감하게. 의심스러운 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지. 그는 맑은 사람이었거든. 천황 신앙자 따위도 아니었어. 그냥 한 인간이었지. 그는 마음속에 있는 인간성의 호소에 설복당해 결국 일본 병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린 거였어. 하지만 우리는 그것밖에, 그 꼬리표밖에 볼 줄 몰랐지. 우리는 모두 그가 맑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순수함과 맞닥뜨렸을 때 순수함은 순수함으로 느껴지는 법이거든. 순수함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지. 그 친구는 우리와 동류였어. 하지만 그 꼬리표라는 게 있었지.

우리는 그를 쏘아 죽였지.

그가 등에 '일본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다른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가슴속에 증오가 둥지를 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에게 말했지. '너무 늦었어.' 하지만 그가 틀렸던 거야. 너무 늦은 게 아니었어. 너무 일렀던 거지. 너무 일렀던 거야.......  


열네 살 야네크를 보고 <자기 앞의 생> 모모를 떠올렸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폴란드 빌레이카 숲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살다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빨치산 분대에 찾아간다. 누구도 아버지 대해 이야기 하지 않자 전설적인 영웅 '나데이다'가 아버지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는 올드 새터 핸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름은 독일 소설 <비네 토우>에서 인디언 비네 토우의 백인 친구를 말한다. 이 대목에서 누구나 뒷이야기가 예상될 것이다. 그 예상대로 그는 독일인'슈뢰더'를 알게 된다. 음악 장난감을 사랑하고 영혼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는 꼭 나이 든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런 영광스러운 친구라도 그는 그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명을 다한 빨치산 대원들, 중립을 지키는 마을 사람들, 여기에 왜 와 있는지 모르는 독일 군사, 나약한 여자들, 마지막이란 것이 없다는 걸 아는 조시아.. 그들을 보면 희망이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 추위와 배고픔에 대해 알 길이 없을 뿐이다.. 야네크는 점점 희망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울음을 토하듯 말한다.


그 유럽의 교육이란 바로, 그들이 너희 아버지를 쏠 때, 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 때 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p320)


추위와 배고픔만이 남은 끝없는 밤 사이 빨치산 대원들은 도브란 스키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는 절망하지 않고 희망과 선의를 간직할 것을.. 전쟁을 딛고서 미래를 기약하는 글을 썼다. 그가 꼭 로맹 가리 자신인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땅 위에 절망이란 없을 것이다...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아.... 절대 사라지지 않아... 오직, 인간과 나비들만이.....그들에게 굶주림과 무시무시한 추위, 희망과 사랑에 대해 얘기해줘. 나는 그들이 우리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자신들을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어..... (p338-339)    

                                                                                     




야네크는 '올드 새터핸드'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었다.

슈뢰더,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했다. 그는 특히 독일 가곡을 좋아했고, 그것을 아주 훌륭하게 연주했다. 야네크는 그런 곡들이 그 노인의 영혼에, 그의 꿈에, 그의 지나간 사랑에 가장 화답하는 곡들이라고 느꼈다....... 야네크는 그 감미롭고 우울한 음악을 기분 좋게 들었다. 한 번은 이렇게 물어봤다. "정말 독일 사람이세요?" (p163)


유대인 거주 지역의 학살로 부모를 잃은 유대인 아이, 그가 바이올린을 집어 들었다.(중략) 처음 몇 곡에 굶주림과 경멸과 추악함이 달아나버렸다.가슴마다 사랑의 온기가 숨을 쉬고 있었다. 모두가 손을 내밀고, 모두의 가슴에서 형제애가 숨을 쉬었다. (p206)


어쩌면 나데이다는 그 사람들 각각이자 모두일 수도 있었다. 그가 와 있다는 것, 그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의 시선 속에, 각자의 얼굴 위에서 읽히는 강인한 의지와 희망 속에 그리고 심지어 야테크가 마음 깊이 느끼고 있는 열광과 기쁨 속에는, 그가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 자기 이름을 밝힌 것이나 진배없을 정도로 그 사실을 확연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무엇인가가 있었다.(p216-217)                                    




전쟁 이후의 사회

전쟁에서 이기고, 배신자들을 목매달고, 그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건설해야 해(p69)


전쟁을 겪은 후, 모든 것이 끝난 후 그 책을 펼 때 사람들이 아직 다치지 않고 남아 있는 자신들의 선의를 다시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 저들이 우리를 짐승처럼 살게 했지만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원해. 절망한 예술이란 없어. 절망스러운 것, 그건 오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뿐이야.(p88)


'나는 믿어. 이번엔 다를 거야. 이제는 되풀이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빛을 향해 가고 있어.'(p337)        

                             



야네크와 소피아의 눈물 

한밤중이 되자 오직 죽어버리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 알지 못 했다. 아마 사람은 죽을 준비가 되었을 때 죽고, 또 너무나 불행할 때 죽을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아니, 더는 할 일이 없을 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사람들이 찾아드는 길이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그의 가슴은 뛰고 있었다. 여전히 뛰고 있었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은 아니었다.(p27)


"내가 하나 만들어낼 거야. 우리가 함께 하나 만들어내자. 너하고 내가.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알고 있게 될 거야.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무한테도 그 단어를 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 단어를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울지 마, 조시아. 언젠가는 독일군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은 날이 올 거야. 언젠가는 배고프지도 춥지도 않을 날이 올 거야. 울지 마. 너무나도 널 사랑해."(p97)


고통을 겪는 데 '마지막'은 없었다. 그리고 희망은, 새로운 고통을 견뎌내도록 인간을 격려하기 위한 신의 술책에 지나지 않았다.(중략) 그녀는 자문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랑하고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뿐인데, 평화롭게 사랑하는 것, 굶어 죽지 않은 것, 얼어 죽지 않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p225)


난 겨울이 싫어. 눈이 싫어. 정말이지 이런 시기에는, 대지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실수로 여기 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 만도 해. (p240)


그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 그가 외치고 싶은 모든 것, 그를 짓누르는 모든 분노 가운데서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다만 떨리는 목소리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발설된 이 말뿐이었다. "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 위대한 작곡가가 되고 싶어. 나는 평생 동안 음악을 연주하고, 음악을 듣고 싶어. 평생 동안..."(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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