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가리 Education europenne '암흑의 시절'
로맹 가리 유럽의 교육
Education europenne
<이야기 하나 해줄게. 그들이든 우리든, 어떤 점에서 사람들이 서로 닮았는지 가르쳐줄게.>
p89-90 중에서..
일본 국민은 어떻게 그런 걸 용인할 수 있을까? 어째서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학살자의 역할에 순응하는 것일까? 일말의 인간다움이 남아 있는 탓에 상처받고 우롱당한 일본의 양심이 정말 반란을 꾀하고 복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 그 반란의 표지를 보게 될까?
그런데 어느 날 한 젊음 일본 병사가 숲으로 왔어. 탈영병이었지. 우리 편이 되려고 온 거였어. 진심으로, 용감하게. 의심스러운 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지. 그는 맑은 사람이었거든. 천황 신앙자 따위도 아니었어. 그냥 한 인간이었지. 그는 마음속에 있는 인간성의 호소에 설복당해 결국 일본 병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린 거였어. 하지만 우리는 그것밖에, 그 꼬리표밖에 볼 줄 몰랐지. 우리는 모두 그가 맑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순수함과 맞닥뜨렸을 때 순수함은 순수함으로 느껴지는 법이거든. 순수함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하지. 그 친구는 우리와 동류였어. 하지만 그 꼬리표라는 게 있었지.
우리는 그를 쏘아 죽였지.
그가 등에 '일본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다른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가슴속에 증오가 둥지를 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에게 말했지. '너무 늦었어.' 하지만 그가 틀렸던 거야. 너무 늦은 게 아니었어. 너무 일렀던 거지. 너무 일렀던 거야.......
그 유럽의 교육이란 바로, 그들이 너희 아버지를 쏠 때, 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 때 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p320)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땅 위에 절망이란 없을 것이다...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아.... 절대 사라지지 않아... 오직, 인간과 나비들만이.....그들에게 굶주림과 무시무시한 추위, 희망과 사랑에 대해 얘기해줘. 나는 그들이 우리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자신들을 부끄러워했으면 좋겠어..... (p338-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