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스트라빈스키에게 바치는 즉흥곡'
나의 옛 스승을 사랑했듯이 사랑했을 뿐이다.
18세기의 멜로디에 20세기 불협화음을 덧붙이면
옛 스승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 밀란 쿤데라 <배신당한 유언들> -
음악은 어떤 감정, 어떤 태도, 어떤 심리 상태 등,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 무력하다
무감無感의 세계, 인간의 삶을 벗어난 세계다
그것은 영원이다. 태양이 함께하는 바닷길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을 통해 유럽 음악은
자신의 천 년 과거를 추억했다.
꿈 없는 영원한 잠을 향해 떠나기 전에 꾼
마지막 꿈이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동화이며,
행복이 아니라 감정의 토로다.
사람들은 음악이 연인들을 자기들만의 내밀한 공간에 가두는
그런 작은 춤판 속에 있지 않다.
거대한 홀, 큰 스타디움 안에서 서로 비좁게 엉겨 붙어있다.
그대로의 자신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우리 시대의 자기기만들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