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서로 설명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언어가 쳐놓은 그물들,
양호화되고 유치하며, 교과서적이고, 투쟁적이고,
수사학적이고, 독선적이고, 논증적인 놀이 규칙들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으리라.
* 언어는 사랑에 적합하지 않다.
언어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를 좋아한다.
자기모순에 빠지기를 즐길 뿐만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말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게 만든다.
언어는 지배력을 추구한다.
언어의 기능은 대화인데,
대화는 오늘날에는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전쟁이다.
* 사랑이란 언어에 선행하는 것의 벌거벗음이다.
우리가 수년 동안 육체 안에 있는,
기억보다 앞서는 것들의 저장고에
그 오래된 사랑의 흔적들을 맡겨놓았다.
이 저장고는 우리의 보물이다.
비언어적인 영역은 바로 침묵의 공간이다.
* 침묵이 그저 입다물기는 아니다.
언어라는 짐을 내려버린
우리는 통찰력이 예리해졌고,
우리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상대방이 느끼는 것을 느꼈다.
파스카 키냐르 <은밀한 생> 중에서 p74-89 발췌
침묵이란 그저 입다물기는 아니라는 말이 이해간다. 나는 한번도 침묵했다고 느껴본적이 없다. 생각은 끊임없고, 때론 귀찮아서 생각을 그만 둘 뿐이다. 대화를 하지만 내 마음 온전히 전달되지도 이해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애초에 말 꺼내지 말껄.. 차라리 입 다물껄 하고 후회한다.
무수히 많은 정보들에 가끔 내 생각조차도 빼앗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헤매이게 한다. 책 한권 읽혀내기 어려운 날들이었는데 오랜만에 좋은 책 한 권 내 손에 쥐어들고 있다. 샬로테.. 그 책 읽다 은밀한 생을 잠시 읽고 덮었다. 독서의 시간이 고맙다. 오늘은 가난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