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위해서나, 뭔가에 맞서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그런 사람.
끝에 가서는 언제나 승리하는 사나이.
어떤 영웅.
혼자 걸으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언제나 결국에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사람.
Gary Cooper.
로맹 가리는 길 잃은 이상주의자들을 하라키리-할복-라 표현하고 있다. <게리쿠퍼여 안녕>의 배경은 1963년에서 1968년까지이며, 젊음이 불타올랐던 ‘68년 5월 혁명’을 암시한다. 프랑스에서 지독한 냉소로 악명을 떨쳤던 잡지 《하라키리》가 창간된 해는 1960년, 체 게바라가 처형된 뒤 마을 교회당에서 주민들에게 비참한 모습으로 전시된 해는 1963년, 미시마 유키오가 도쿄의 어느 연병장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며 할복을 자행한 해는 1970년이다. 이 책의 주인공 레니는 20세기 사회 전반을 지배한 냉소주의의 정점에서 탄생해서 당시 청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Adieu, Gary Cooper!
당신 자식이 당신의 아이인지 아닌지가 뭐 그리 대수로운 문제지?
내가 꼭 아이를 하나 가져야 한다면, 오히려 내 자식이 아닌 아이가 낫겠어.
그러면 서로 싸울 일도 없을 테고,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이 세상엔 내 자식이 아닌 아이들이 쌔고 쌨어!
흰 산은 정말 세이렌-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제12서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으로 새의 특징을 가진 여성- 같은 존재다.
당신을 부르고, 당신에게 약속한다. 정상들을. 하늘을.
조금만 뭣하면 생각이 신을 향하게 된다.
그것은 고도의 문제다.
오랫동안 삶에 속아 더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말들이란 입만 벙긋하면 거짓말이니까.
스무 살, 그 긴(?)세월을 끌고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정말 깨끗함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려면 몸을 좀 얼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의, 적당한 때 멈추기)
우린 헤어져야 해
한창 아름다울 때, 아직 지속되고 있을 때 헤어져야 해.
일을 지속시키려고 해서는 안돼, 그건 비인간적이야.
마음에 상처를 안고 헤어져야 한다고.
언젠가 우리가 아무 일 없었던 듯 그저 조용히 헤어진다면 아주 더러울 거야
당신을 태우고 가는 것은 밤이다.
주변에 솟아오르는 것은 별들이다.
밤에는 눈으로 뒤덮인 별들이 있다.
별들은 당신 주변에서, 분설이 날리는 당신의 자취 위에서 반짝거리고,
당신은 은하수를 가로질러 미끄러진다.
모든 성운이 당신의 발아래 있고
모든 공간이 당신 것이며,
당신은 절대적 고요와 침묵뿐인 곳을 가로질러 날아간다.
이제 당신 주변엔 아무도 없고
오직 자연뿐이다.
은하수위, 눈 속, 파도, 하늘을 가로지른다.
별 무리가 분설 위로 튀어 오르며 미끄러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있는 것, 사물은 자기들끼리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