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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n 04. 2016

모든 사랑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 헤어지는 것

로맹 가리 <게리 쿠퍼여 안녕> 작품에서 그는 모든 사랑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 헤어지는 것을 바랐고 또 절대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것을 바랐다. 무슨 의미였을까. 최선을 다해 헤어지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모든 관계에서 상처 주지 않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가능치 않았기 때문에 바란 것일까. 어려운 답일 듯하다.


앞선 세대들보다 우리가 못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그 시대보다 세상은 너무나 비좁아졌다. 무감각해지고 개인이 개인으로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수장이란 사람이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많이 낳아서 기르라고만 한다. 그다음은?


누군가는 자신의 만족에 행복에 기쁨에 취해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다. 그럴수록 소외받은 사람들은 더욱 소외받고자 한다. 어떤 동정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빨리 세상을 살아버리고 싶을 뿐이다. 이 구덩이 밖으로 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로맹 가리 그의 어머니의 편지가 그랬듯. 자신도 그의 아들에게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새벽의 약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전쟁터에 있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의미부여를 하는 쪽지와 편지를 전달한다.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는데도 말이다. 자신이 없는 빈 자리를 그 편지로 채워 아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어머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들과 헤어졌다.


전쟁에서 돌아온 로맹 가리가 어머니의 부재를 알았을 때... 그 공허함과 슬픔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 아들 디에고에게 남긴 의미들이다.. 그도 충분히 최선을 다해 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하는 책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 로맹 가리 -




로맹 가리의 신랄한 풍자를 듣고 있자면 그가 말하는 여성성은 어디에 있는지 놓칠 때가 많다. 하지만 언제나 언제나 그는 그 여성성을 향한 사랑에 놓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그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하지만 관계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은 고통이 따르는 법이라고 할까. 그는 마음과 다르게 그들에게 고통을 주고야 말았고 보호했지만 완전한 보호를 해주지 못했다.


그가 이루고 싶었던 그런 사랑이 완성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언제나 작은 방편을 마련했다.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그는 디에고에게 알려준다. 디에고의 나이는 열한 살도 스무 살도 아니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과거를 캐는 일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그저 평범했을 수도 불행했을 수도 있다. 그냥 거기까지만 묻어두고 싶다.


로맹 가리는 디에고를 위하여라고 했지만 디에고는 그냥 명사일 뿐, 또 다른 많은 디에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말들이 여기까지 전해져 온 것이다. 그 수수께끼를 풀고나면 오로지 그것에만 집착할지도 모르겠다. 무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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