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가리 <징기스콘의 춤>
의식이란 인간을 전제한다.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유난히 경계심이 든다.
신이라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한계를 안다, 그리 대단치 안다는 것을.
하지만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
그들은 무슨 짓도 할 수 있다.
인간들이 존재하는 한
학살자와 희생자는 어쩔 수 없이
서로 결합되어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내게 유대 귀신이 붙어 있어.
한밤중에 날 깨워
자기들 장속곡을 부르게 하지.
-바르샤바 게토 봉기 기념일날-
최후의 심판? 아니..
심판은 이미 이루어졌고
그래서 '인간'이 창조되었지.
독일에서 나치즘이 부활하리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인간'은 다른 걸 찾아낼거야.
(여러분의 사회가 무사하길 바란다)
"마즐토브~!"
-행운을 빈다라는 뜻-
가이스트 숲은 온통 환한 빛을 발하며 계시받은 시체들로 뒤덮인 전쟁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마 (그녀는) 어느날, 이 가이스트 숲 어느 구석진 곳에서 갈가리 찢지게 될 것이다.
오직 자신들의 짧은 트랙 일주만 생각하는 서정적 어릿광대들이지.
우리 걸작들이 일단 박물관 밖을 나서면, 우리가 그것들을 어디에서 어떤 상태로 회수하게 될지는 신만이 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조롱당하고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습관이 밴 사람이다.
나는 실망시킬까 봐 두렵다. 막중한 책임감이 나를 짓누른다.
이스라엘 전체가 내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존엄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다.
독일인의 잠재의식도 결국 탈유대화할 것이다.
사람들이 전처럼 계속 그러지 않을 거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더는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이디시어(유대인이 사용했던 서게르만어군 언어)에...'이해하는 건 용서하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아마 (그녀는) 어느날, 이 가이스트 숲 어느 구석진 곳에서 갈가리 찢지게 될 것이다.
어떤 환상 , 자유 의지, 자유롭게 동의한 제물. 언제나 내가 (그녀를) 몹시 사랑하며 언제나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진실이다.
이런 나의 사랑은 파괴가 불가능할 뿐아니라 접촉하는 모든 것을 위대하게 만든다.
- 로맹 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