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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n 08. 2016

밀란 쿤데라 소설의 발견

<커튼> 소설을 둘러싼 일곱가지 이야기 중 1, 2부 발췌

1부. 연속성의 의식


우리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 중 하나가 무의미 아닌가?
바로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러한 운명은 우리의 행운일까, 불운일까?
우리의 굴욕일까, 혹은 그와 반대로
우리의 위안, 탈출구, 이상향, 피난처일까?

-밀란 쿤데라 -



소설의 형식
아무도 제한할 수 없는 자유, 그 발달 과정이 영원히 놀라움의 대상이 될 뿐인 자유에서 나오는 것이다.

소설의 기술(존재이유)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소설의 역사
라블레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내내 영속적인 변형 속에 있다.
(예술의 역사는 반복을 용인하지 않는다. 창조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소설의 시학
일상적인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 뒤로 사라진다. 장면들 속에 모든 것을 말한다.

소설의 변화
위대한 세기, 플로베르, 톨스토이, 프루스트의 시대까지의 소설은 이전 세기의 소설들을 반쯤 망각의 상태로 빠뜨렸다.

예전에 수영을 하면서 물에 몸을 담그려고 할 때
느꼈던 것과 유사한 감정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녀는 어깨를 구부리고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열차 밑으로 떨어졌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




2부. 세계 문학



민족 문학은 오늘날 더 이상 커다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세계 문학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임무다.
- 괴테 (독일)-



미학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
프랑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책 100권 선정 (언론인, 역사가, 사회학자, 출판인, 작가 30명 대상)

1위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11위 드골 <전쟁 회고록>
14위 라블레

<18~19세기 소설>
22위 적과 흑
25위 보바리 부인
32위 제르미날
34위 인간 희극
50위 위험한 관계
100위 부바르와 페퀴세
순위 밖 <파르마의 수도원>, <감정교육>, <운명론자 자크>

<20세기>
7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2위 카뮈 <이방인>
순위 밖 베케트와, 이오네스코

미학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모든 문화를 지방주의에 떼밀어 버린다는 사실을 증명할 뿐이다. 프랑스 밖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위대한 작품들이 순위에서 매우 뒤처졌다. 소설 예술의 창시작, 독창성은 세계문학의 커다란 콘텍스트 속에서 일 뿐이다.


지식의 결함
커다란 국가는 자신의 문화가 세계 진보의 양상과 가능성과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넘치고, 작은 국가는 그들의 영광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국기를 만들어 그들 작품 위로 게양한다.

중부 유럽 / 국가권력 / 책의 발견
20세기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30년 후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 중부유럽은 러시아의 지배에 들어간다. 그 결과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반소비에트 유혈 폭동이 일어나고, 체코에서, 그리고 폴란드에서 길고도 강력하게 일어났다. 폴란드는 국가의 첫 소절 '폴란드는 아직 망하지 않았네' 이다. 역사는 폴란드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가르쳐 주었다. 곰브로비치는 <페르디두르케> 1938년 폴란드어로 출간 프랑스어로 출간하기까지 15년을 기다렸고 프랑스인이 발견하기까지 수년이 더 걸렸다. 소설의 미학적 가치를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원래 쓰인 언어가 아닌 것으로 읽히는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체코) / 로베르트 무질(오스트리아)



헤르만 브로흐(오스트리아) / 비톨트 곰브로비치(폴란드)




중부 유럽의 위대한 소설가들의 '플레이아드'
플레이아드 : 프랑스(16세기)에서 혁신적인 시적 경향을 주장한 시파를 가리키는 말
카프카, 무질, 브로흐, 곰브로비치.... 그들의 작품은 유사한 미학적 지향을 지닌다. 그들은 소설의 시인들이다. 형식과 새로움에 매혹되었으며 각 단어와 문장의 밀도에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 '사실주의'의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상상력에 매혹되었다. 반면 서정적 유혹에 무감각했고, 소설이 개인적 고백으로 변형되는 것에 적대적이었으며, 산문의 그 어떤 장식도 참아 내지 못 했다. 오로지 현실 세계에 전적으로 몰두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소설을 위대한 반反 서정적 시로 간주했다.


그 위에 향수를 뿌렸을 것 같은 빵
- 무질 -




키치 개념 - '최고의 미학적 해악'
'키치'라는 말은 위대한 소설의 세기의 저질스러운 실추를 가리킨다. 키치에 관한 성찰로 발전하여 중부 유럽에서는 매우 분명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키치라는 용어는 그것이 지칭하는 개념처럼 매우 근대적인 것이다. 키치는 1860년대에서 1870년대 사이에 뮌헨의 화가와 화상의 속어로 사용되었으며, 하찮은 예술품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다. 1910년대에 이르면 느슨하고 널리 유통되는 호칭으로서 국제적인 용어가 된다.

키치의 발생 배경은 미학적으로는 낭만주의 예술에서, 사회적 배경으로는 19세기 중반 부르주아 사회의 형성과 예술의 상업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말에는 유럽 전역이 이미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파급 속도도 빨라 중산층도 그림과 같은 예술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미술품이나 그림을 사들이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키치는 바로 이러한 중산층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그럴듯한 그림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하던 개념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미적 논의의 대상으로서 문화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현대에 이르면서 고급문화나 고급예술과는 별개로 대중 속에 뿌리박은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개념이 확대되어 현대 대중문화·소비문화 시대의 흐름을 형성하는 척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밀란 쿤데라 <커튼>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 1부, 2부 (1~80page) 중에서 발췌...




쿤데라의 지난 에세이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 <커튼>을 이어 읽으면서 소설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책의 구분을 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들이 에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었다. 민음사에서「밀란 쿤데라 전집」. 초기작부터 대표작, 후기작까지 그 탐색의 궤적을 따라가는 문학 전집으로 소설, 단편집, 희곡, 에세이 등 쿤데라의 작품 15종을 완역할 예정이라 한다.


아직 쿤데라의 소설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지만 소설의 시학이란 표현과 소설의 시인들의 소개가 참 좋다. 언젠가 그 미학적 지향을 띄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카프카의 이야기도 좋았고 곰브로비치와의 사적인 이야기도 좋았다. 아직 생존한 작가에게서 듣는 커다란 세계문학의 콘텍스트 안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뭔가 스토리만 읽어나가는 것에 진부함을 느끼는 참이다. 이야기를 읽는다. 그래서 그다음은? 이런 식의 물음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책을 읽는 것..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에만 빠져드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읽어야만 한다면 어떤 책을 왜 읽는지 그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감정의 토로에 지쳐버린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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