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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Aug 24. 2016

나의 첫사랑 <만남> 밀란 쿤데라

에세이

                                                                                                                                                                                                                                                          

만남   /   저자     밀란 쿤데라                                                 


가볍고 가벼운 슬픔의 베일만을 수반한 채 종착점이 가까워 온다.

-밀란 쿤데라 -



밀란 쿤데라의 <만남>


3부 블랙리스트들.....


# 신들은 목마르다
(대학살 시대의 일상성) 풍부한 실제 경험이 있는데도 사람들이 언제나, 들어갈 때와 똑같이 멍청하게 역사적 시련 속을 빠져 나오는 것은 미스터리다. 역사를 채우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 소설가에겐 이러한 두려움을 움켜줠 수 있는 대담함이 있다. 동시대인들은 소설에 그려진 역사의 이미지가 자신들의 이미지에 부응하는지를 자문한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을 저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소설가, 소설을 쓰는 이유
- 혁명에 참여한 배우들의 미스터리, 동시에 또 다른 미스터리들
- 공포 속에 슬펴시 끼워진 희극적인 미스터리
- 극적인 것에 동반되는 지루함의 미스터리
- 목이 잘리는 것을 즐기는 감성의 미스터리
- 인간 최후의 안식처로서의 유머의 미스터리
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 문학사
상이한 예술들은 상이한 방식으로 우리 뇌에 접근해서, 각기 다른 용이함으로, 각기 다른 속도로, 각기 다른 정도의 불가피한 단순화를 통해, 그리고 각기 다른 항구성으로 자리를 잡니다. 문학사를 안다고 확신하지만, 순전히 우연에 의해, 제 각각 자신을 위해 그리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을 이어 붙인 패치 워크에 불과하다. 우리의 자의적인 평결, 검증할 수 없는 평결에 좌우될 뿐이다.


그대는 아래에서부터 장미 향을 맡을 것이다
그대가 그대의 죽음을 체험할 때
그리고 밤에 그대는 거부할 것이다
그대의 방패인 사랑을

- 프란티셰크 할라스의 체코어 시구 -



6부 다른 곳에서


# 위대한 해방의 문장
작가는 단 한 언어의 포로가 아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망명 생활을 했던 작가들은 '다른 곳'에 있다. 더이상 조국의 작가도 아니고 자신의 망명한 나라의 언어를 쓴다고 해서 그 나라의 작가도 아니다. 나보코프, 베케트, 스트라빈스키, 곰브로비치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곳에 있을 뿐이다. 살고 싶었던 장소를 선택했고, 말하고 싶은 언어를 선택했을 뿐이다.


# 보후밀 흐라발
체코에서 가장 위대한 생존 작가였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서민 경험에 심취한 그는 사랑받던 작가였다. 마음속 깊이 정치에 무관심했고 그 덕택에 몇 권의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가 친러파인가?) 흐라발의 책들에 담긴 정신, 유머, 상상력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은 들을 수 없는 세상과 다른 세상이다. 정신자유에 기여한 공이 크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체코는 공산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인민공화국 체제가 선포되었고, 1989년 시민혁명으로 민주화될때까지 공산주의 정권이 지속되었다.


나는 조롱거리가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구덩이 속에 처넣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귀중한 장서들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행 화물열차에 실려 팔려갔다.
기차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안에는 이미 불행을 냉정하게 응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자리했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





9부 가죽, 원-소설


사람들은 살인자들을 잊지 않기 위해 투쟁한다. 기억, 기억의 의무, 기억의 작업...전쟁이 끝나 가는 순간은 진부한 동시에 근본적인, 영원한 동시에 잊히는 하나의 진실을 밝힌다. 자신들의 우위를 확신한 죽은 자들은 우리를 조롱하며, 우리로 하여금 일체의 무의미, 일체의 덧없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 조그만 괴물아, 너 여기서 뭐하니?
삼림 관리인이 개구리에게 말한다.
개구리는 더듬거리면서 대답한다.

당신이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내, 내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께서는 당신에 대해 내게 많, 많,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이것이 오페라의 마지막 단어들이다.
삼림 관리인은 나무 아래에서 깊이 잠들고 그동안 음악이 황홀하게 펼쳐진다.

-야나체크의 <꾀바른 여우>-






<마무리>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 듣기 위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프카의 이야기는 매우 적었다) 보후밀 흐라발을 다시 여기서 만나 반가웠다. 쿤데라는 그를 옹호하기 위한 침튀는 토론을 벌였다고 하니 그 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못 다 읽었다. 지금 난 여름동안 읽지 못한 책들을 하나씩 마무리짓고 있다. 어서 읽고싶은 마음뿐이다.

지금 각 계절마다 읽을 책들을 조금씩 나열하고 있다.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만나면 다행이고 늦더라도 나에겐 시간이 많으니깐 괜찮다. <만남>은 <소설의 기술>, <배신당한 유언들>, <커튼>에 이은 네 번째 밀란 쿤데라의 에세이다. 이제 쿤데라의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기를....






<만남> 1부, 2부
1부 화가의 난폭한 몸짓 http://roh222.blog.me/220760900326
2부 소설, 실존 측정기들 http://roh222.blog.me/220766783013


<함께 보면 좋을 책>
커튼 http://roh222.blog.me/220757119176
배신당한 유언들 http://roh222.blog.me/220720926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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