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훌리아 Sep 26. 2015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메타포(칠레 이슬라 네그라의 풍경)

아버지가 내뱉은 살풍경하고 우악스러운 말, 다정다감한 새색시가 개처럼 짖어댄 말 "일거리를 찾아!"였다. 어부의 아들인 마리오 히메네스 이 순진무구한 청년을 보고 있으면.... 어리석은 몽상가라 안타까우면서도 그의 '시' 열정에 진한 감동을 받는다... 그는 이슬라 네그라-칠레수도 산티아고에서 120킬로미터 떨어진 해안마을-의 단 한 명의 수신인 파블로 네루다 씨의 우체부이다. 칠레의 국민시인이자 좌파 정당 소속이며 아옌데를 대통령 단일후보로 추대해 자신은 사퇴하기도 했다. 아옌데 대통령을 도와 프랑스 대사직 수행을 위해 파리로 떠났다.  



 단 한 사람의 수신인을 위한 우체부가 된다면 누구의 우체부가 될까? 어쩌면 행복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런 상상을 한 게 아닐까?... 작가 스카르메타는 칠레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독일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이 작품을 완성한다. 매번 눈앞에 닥쳐온 이별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다음날을 기약했을 것이다... 네루다 씨는 마리오의 스승이자 둘도 없는 벗이 되어준다. 메타포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의 사랑마저도 도왔다고 할 수 있다. 마리오는 이슬라 네그라 옆 포구 주점의 과부 딸 베아트리스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시인 네루다는 바다를 좋아해서 초록색 잉크로 시를 쓰곤 했다.  마리오에게 메타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마리오는 시인되어 말하고 싶다고 한다. 시인이 아니라서 그것조차 말할 수 없다고도 한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네루다 씨는 '시인은 영감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알아야만 돼. 아무것도 모르고 쓸 수는 없다'라는 말을 한다. 작가 자신도 시인 네루다를 알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마리오가 되어서 네루다 씨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포... 그게 뭐죠?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왜 그렇게 복잡하게 부르죠?
왜냐하면 이름은 사물의 단순함이나 복잡함과는 아무 상관없거든. (P27-28)



우체부에서 요리사로 전락한 마리오의 꿈은 비행기 표를 사서 파리에 있는 네루다 씨를 만나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네루다 씨의 편지가 파리에서부터 도착했다. 우체국장 코스메, 장모, 베아트리스, 마리오 네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편지와 소포를 뜯어읽는다. 병이 들어 이슬라 네그라가 그립다는 편지와 소니 녹음기가 들어있다. 등장인물마다 연극배우 같다. 모두가 시인같다. 대사가 익살스럽고 묘사는 이상야릇하기만 하다. 알듯 모를 듯 밀려오는 감동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칠레 표 소설....

                                                                                                                                    


편지와 추신 

마리오, 이 편지가 자네에게는 난생처음 받는 것인 줄 알기 때문에 적어도 봉투에 넣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


자네에게 글 말고 뭔가를 보내주고 싶었어. 이 노래하는 조롱은 선물이야. 나 역시 부탁이 있네. 이슬라 네그라를 거닐면서 마주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해 줘.


1938년 음반에서 한 곡 녹음해 보내네. 기다리겠어요-란 노래인데  가사에 '밤낮으로 기다리겠어요. 돌아오시기를 항상 기다리겠어요.'라는 부분이 있다네.                                     


                                                                                                                                                                       

마리오는 네루다를 위해 우표 수집광처럼 집요하게 녹음했다. 밀물과 썰물,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가 수직으로 하강하여 정어리를 쪼는 소리와 물 위를 스치는 소리, 펠리컨 몇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는 소리, 별들의 움직임, 벌 떼 소리, 개 짖는 소리, 종소리, 등대 사이렌 소리, 베아트리스의 심장소리, 파블로 네프탈리 히메네스 곤살레스 군-마리오 아들-의 쩌렁쩌렁 우는소리.... 등을 녹음하려고 아등바등했다. 메타포로 이루어진 글의 향현은 시끌벅쩍하고 즐거운 장면을 연출한다. 소설이 정감 있다. 칠레를 모르지만 이슬라 네그라를 향한 그리운 마음이 느껴졌다... 정반대로 전혀 메타포의 움직임이 없는 현실은 물자 부족과 암시장 문제가 아옌데를 실각시키려는 반동적 움직임이 있었다.

파블로 네루다는 체코의 시인 얀 네루다의 이름을 딴 필명이고,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이다. 따라서 파블로 네프탈리는 네루다의 본명과 필명에서 하나씩 따온 이름이다.



마리오는 시를 통해서 자신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그게 언제부터였을까? 마리오가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라는 뜻밖의 질문을 던졌을 때였을까?... 그런 깨달음을 준 시인 네루다의 존재는 마리오에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했다.. 이별을 아는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사물의 집이었던 시인의 눈과  말의 집이었던 시인의 입술을 이미 적시고 있었다. 사랑했던... 이슬라 네그라의 바다를 가득 담은 눈을 덮어주어야만 했다. 칠레의 별이었던 사람이 진짜 별이되었다.....

1973년 9월 11일 아옌데는 쿠데타가 일어난 대통령 궁을 지키다 죽음을 맞이하였다. 1973년 9월 23일 네루다는 지병으로 집에서 응급차에 후송되어 산타마리아 병원에서 최후를 맞았다.



작가는 네루다의 친근한 성격에 반했다고 한다. 한참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작품 해설에서 보인 스카르메타의 삶도 흥미로웠다. 특히 당시 칠레의 사회 부조리를 진지하고 침울하게 성찰하고 고발하는 데 주력했는데 자신은 '가벼움'과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그런 신념이 반영된 자신의 미학을 '잡탕의 미학'이라 정의했다. 작품에서의 시인 네루다는 작가의 신념과 칠레 국민들의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탄생되었는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roh222/484


                          

                                  

매거진의 이전글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