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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y 19. 2017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저 환자로만 보이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으니까.




# 부모님은 여전히 말씀하신다. 
숨을 거두시기 직전,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숨이 멎으신 후에도 제가 아버지에게 말을 걸면 박동과 호흡을 표시하는 모니터의 파형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게는 아버지가 무언가 전하시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숨을 멈추신 아버지는, 고대 그리스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성스러운 잠에 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p57)



치매가 회복된다는 것은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이나
자신이 이 세계에서 어떤 인간관계 안에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 괴롭더라도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병이 드신 후 아버지의 금전 관리는 제가 맡아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없으셨습니다. 항상 당신의 생활 기반에 대해 의식하는 건 아니시지만,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하는 순간이 때때로 온다는 것이 아버지를 괴롭힙니다. 회복되는 것이 오히려 본인을 괴롭히고 돌보는 사람을 곤혹스럽게 할 때도 있지만, 이 또한 회복의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p77)



아버지는 과거를 잊으셨습니다.
저도 과거의 일부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과거를 잊어비린 걸 지켜보는 일이 괴로운 것은, 
단지 부모님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 속의 자신 또한
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요.



#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기
언젠가 아버지가 당신의 아내(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모른다'라고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잊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신 겁니다. 하지만 쓸쓸하다고 하셨어도 "그래서 어떻게든 기억해내고 싶다"고는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잊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 이제 과거의 일은 전부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구나"(p86)



부모님이 가족을 몰라보게 된다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부모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 그 모습 그대로 존경하라

뇌경색 진단을 받고 입원한 어머니는 합병증으로 폐렴에 걸리셨고 의식을 잃으셨습니다. 어머니와 어떤 대화도 나눌 수 없게 되자 저는 어머니와 싸웠던 시간마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의식이 있으셨던 때에 왜 좀 더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 나누지 않았을까, 싸움 같은 것은 하지 말고 함께 보낸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어야 했는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구나 자책했습니다. 이러한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루하루 이 사람과 함께 살며 사이좋게 생활하자'라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존경'입니다.(p104)







# 생각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20대 시절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간병했고, 50대부터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오랫동안 돌보았다고 합니다. 자신 또한 쉰 살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버지의 간병을 받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병과 죽음, 자신의 죽음 앞에 섰던 경험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움직일 수 없고, 의식도 잃었을 때, 과연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정리된 생각이어서 그런지 무척 현실적인 충고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하면 슬프지만,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항상 생각하곤 합니다. 너무도 단편적이서 모든 것이 생략된 그저 제 슬픈 마음뿐이라 분명 생각처럼 되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있습니다. 부모님과의 거리감, 저의 상황이 안갯속에 갇힌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손을 꼭 잡아드리고 볼을 맞대는 것이 저에게는 어려운 일인데... 늦지 않게 꼭 그렇게 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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