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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l 22. 2017

작가의 서랍

이제 비워졌다.


산다는 것,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언제나 자기 자신 속에,

자신의 stasis 속에 굳건히 현존하기 위한 부단하고 고된 노력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도

우리는 죽음의 영역을 건드리게 된다.




내가 지금 마주친 의미를 

흘려보낸다면 그 어떤 미스터리도 풀 수 없다. 멈춰 서서 그 의미를 파헤쳐야 한다. 의심하지만 붙잡지 않고 지나친 후 후회해도 때는 늦는다. 알아차리기 어려울 테다.  그 의미를 내게 보낸 신이 있다면 그 신의 뜻마저도 알아차려야 한다. 내게 보낸 의미를 음미해야 하고 그 순간을 멈춰 서게 해야 한다.


했었더라면 하고 지난 후에 다시 생각해 봐야 소용없다. 






바다가 바다가 되고

파도가 파도가 된다.

버뮤다의 소용돌이 속처럼

글은 사라지고 온전한 것만 남았다.


그 자리 휘발되어서

내 두 눈 앞에 펼쳐진다.

자연의 그것처럼

언어 이전의 이미지만을 남긴다.





잃어버리지 않을 물결

심연은 죽음의 영역을 건드린다.

내게 온 의미의 순간에 멈춰 선다



파도가 파도가 되는 삶이다.

버뮤다의 소용돌이 속

사라지고 온전한 것만 남았다.



두 눈 앞에 펼쳐진다.

자연의 그것처럼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미지만을 남긴다.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길

놓아두고 오는 길

마지막 이미지 희미하게 남았다



음향 줄어들고

빠른 포르티시모?

망각은 어이없어한다



돌아온 나도 우두커니 앉았다






책과 거리를 둔 요즘 

더 자주 생각이 난다.  읽고 있을 땐 몰랐다.  계속 읽을 테고 언제든 펼치면 되니깐... 오히려 제촉받는것 같아 불편하기까지 했다. 읽지 못하니 딱 이런 기분이 구나 싶다..



독서 리뷰를 다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나를 느끼는 기분이고 작가와 마주친 기분 들어 새롭다.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다시 되돌아간다.  읽었을 그 순간이 꼭 지금인 것처럼 느껴진다.  함께 호흡한  느낌이 느껴진다..



내가 글을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숨기듯 여기저기 구겨 넣듯이 남기는 듯도 하지만 멈춰지진 않는다. 잊히면 다시 떠오르고 글을 남긴다. 이제는 내가 쓴 글도 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저는 요즘 

경제책도 읽고 민주주의 관련 인문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모르면 배우면 됩니다.. 그동안 너무 미뤄서 이렇게 돼버린 걸까요? 통치와 협치를 아시나요? 함께 만들어가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저는 모든 게 저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시 민주주의를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해왔을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관심이 짧고 금방 잊어버려서 죄송합니다..  





우리 이야기를 

엮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어쩌면 드러낸 실체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는데

왜 확인하려 할까?


내 나이  마흔아홉이 되거든

보후밀 흐라발이 되고 싶다

정신적 생존의 문제만이 문제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싶다






불길을 통과하는 방법

불덩이가 되는 것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내 안에 불씨를 키운다



검고 볼품없는 조각

타 죽더라도

이 불길에 지더라도

내 작은 불씨를 안고 걷는다



검은 산

정상에  남긴 숨결  

어디에도 없을 뜨거웠던 너

가볍게 흩어졌다





첫 숨에 터져버린 울음

마지막 숨에 삼켜진 고통








나의 서랍장 속에 담긴 글들이다.

왜 담겨 있을까?


내 글이었던지, 작가의 글이었던지 알 수 없는 저 글 속에서 나는 잠시 다녀간다.


내가 왔노라고..... 


잘 있어라. 내 잊고 있을 날들이 더 많을 테고, 너희는 자유다. 

흘러가고픈데로 잘 가고 있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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