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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Nov 14. 2017

브런치 2년 '모든 길에서 나는 글을  쓴다'

글 속에  나를 드러내고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그런 글쓰기...

내가 기억하는 11월 11일.... 오늘은 2017년 11월 14일이다. 3일은 눈 깜짝할 새 흐른다. 어제 먹은 부대찌개는 엊그제 만든 부대찌개고 그 그저께 이마트에서 산 외국산 햄으로 만든 것이다. 남은 부대찌개는 오늘 저녁에 먹지 못하고 버려질 참이다. 식품을 사고 정리하고 요리하고 먹고 치우고를 365일 하고 있다.  나는 맛있는 요리를 먹곤 '여한이 없다'라고 말하곤 한다. 정말 진심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요리를 잘하는 그 남자가 좋다.


요즘 부쩍 여자의 일생을 떠올려본다. 여자의 일생을 취업-결혼-육아로만 구분 짓지 않는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난 이미 평범한 여자의 범주에서 조금은 벗어났고 아니 많이 벗어났을까? 어쩜 아직은 (출산은) 유효할지도 모르겠다. 이건 고민이 아니다. 사실적인 나를 비춰 볼 뿐이다. 내가 정말 괜찮은지 그것조차 무감각 해질 때도 있어서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데 어떤 의미를 둬야만 하는 것에 잣대가 보편적이고 인류애적이어야만 할 것인가? 그러면 만족스러운 것인가? 생각해 본다. 


오늘은 낙엽도 보고 밖으로 걸어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파란불을 확인하면 내 몸은 자동반사적으로 건너편으로 향할 수 있다. 내가 도착한 회색 빌딩 속으로 들어가 똑같은 PC,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 모니터에 상반신이 모두 가려졌다. 얼굴을 두어 번 마주치고 일어서 그 자리를 떠났다. 하늘 한번 본 것이 좋았고, 햇볕이 따뜻해서 좋았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서 분주히 말 그대로 분. 주. 히. 내가 나 일 수 있도록 일을 해치웠다.


퇴근길, 출근길, 기다리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나는 모든 길에서 글을 써보려고 했었다. 생각한 것만큼 이어 쓰긴 어려웠다. 조금씩 남겨진 글들이 쓸쓸해 보였다. 내 생각은 이어지지 못하고 멈춰 서야만 했다. 뻗어나가 보라고 부추기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금세 방향을 잃고 사라졌다. 조금 추슬러 집중하는 동안 몇 줄을 써봤을 뿐이다. 그런 며칠을 보내고 내 몇 토막글들이 쓸쓸하게 흩어져서 작가의 서랍장이 채워진걸 보고서야 어떤 희미한 확신으로 문장을 이어 붙이고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움막을 짓고
앉은 채 죽음을 맞이한 어떤 이는
홀로 쓸쓸하기만 했을까? 



모두가 비참한 죽음을 피하려 사회의 한 부분이 되려고 애쓰는 듯이 느껴질 때도 있다.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서를 늘려간다. 기한이 지나면 폐기될 증명서를 빛나는 상장처럼 여긴다. 카프카는 황야의 그림을 서랍장 속에 숨겨두었다. 그가 던진 시선은 어디에도 닿지 않고 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다. 


즐거운 일을 뒤로하고 글이란 것을 집중해본다 아니 나를 알아가고 있다. 브런치 2년이 되어간다. 독서는 나를 일정 부분 새롭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독서의 재미를 다양하게 알게 해주었다. 새로운 장면, 장면이 늘어날수록 나는 즐거웠다. 게임을 하듯이 비밀을 캐듯이 하나씩 클리어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어려운 만큼 작가의 내면을 파고든 만큼 나는 어려운 시험을 잘 본 것처럼 신났다...


물론 책은 슬픔 그 자체여서 고독이어서 읽고 나서는 공허하기만 한적도 많다. 그런 기분을 지우기 위해서 다른 독서를 하면서 앞의 독서를 지우기도 했다. 계속 거기에 메여서는 나는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함께하는 독서이지만, 기다려줄 수 있는 독서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이기적으로 독서를 했다. 그러면서도 따라갈 수 없는 독서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더더 원했지만, 내 뇌가 풀가동되지 않았다. 



글은 이상하게도
나를 위하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글이 되도록
다듬어지기도 했다. 



원했다 원하지 않았다의 차이는 아니다. 내 생각이 저절로 그곳에 닿았다. 필요한 책을 읽을 것인지 좋아하는 책을 읽을 것인지 이 두 가지는 언제나 갭이 생겨났고 좁혀지지 않았다. 갭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데로 읽어보자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즐기면서 원했던 독서와 창의성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었다. 공통된 관심 사였으라. 그 글들은 결국 그 책의 저자의 말이긴 하지만 내 생각이 이것을 하나로 이어지게 했다. 어설프긴 하더라도 그런 숙성된 시간은 나에게도 좀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해야겠다. 써야겠다. 는
확신에
사로잡혀 쓰고 만다. 



어떤 글은 자연스럽고 어떤 글은 억지로 끼워마 춘 듯이 부자연스럽다. 글은 늘어가고 다시 들춰보는 일기처럼 비밀스럽기도 했다. 내 글인데도 나 같지가 않은 글들도 있다. 나는 꾸며진 글도 쓰곤 좋아했다. 하지만 이젠 꾸며진 글은 쓰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해서 알고 쓰는건 아니지 싶다. 글은 참 어렵다.


네이버 블로그 하나로 시작해서 가지가 뻗듯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여기에 자유로운 글을 티스토리에는 요리 블로그, 뉴스 블로그, 다양한 관심사의 글을 마구 떠오르는 대로 적어나가고 있다. 사실성에 맞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뭐가 되었든 그게 나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아직은 목적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해보는 것은 따라도 해보고 글도 써보고 잘 되었든 못되었든 나를 조금씩 표현해 보고 있다. 이렇게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나를 드러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글 속에  나를 드러내고 내가 나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그런 글쓰기이다. 그래서 브런치 2년이 되었고, 조금 성장해서 다음에 또 나를 바라보고 이런 글을 또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사랑해야 보다 타인을 사랑하고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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