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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Nov 17. 2017

2017년 독서결산 '마지막 책인 것처럼 읽자.'

독서는 흩어진 나를 모으는 것

지금 떠난다면 책과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의 '지금 떠난다면 책과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는 글에 가슴이 쿵하고 떨어졌다. 앞으로 기다려줄 책이 아니란 말이 왠지 서글퍼졌다. 그래서 마지막 책인 것처럼 읽자고, 그래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자고 다짐하게 된다. 공부하는 것처럼 읽지 않아도 되고 내가 즐거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서 들어 올리자고 생각했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뷰

http://roh222.blog.me/220613935615



지금 2017년도 독서 결산을 준비하는 중이다. 2015, 2016년 한 해씩 독서 정리하면서 나는 무척 즐거워졌다. 재미난 일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한마디로 노는 방법을 모르는 애가 바로 나였고, 물 만난 물고기가 됐다. 나를 정의하기가 가장 난감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되었다. 존재감 없는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블로그 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독서에 집중하지 못한 6개월이 있었지만,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독서란 무엇인지, 내가 찾으려는 책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읽고 싶은데로 읽는다지만, 내 머릿속은 분주히 따지고 묻는다. 확신을 가질 때 읽을 수 있고, 확신이 생겼을 때 글이란 것도 써지는 듯했다. 



-. 2015,2016년 독서 결산

http://roh222.blog.me/220572794754

http://roh222.blog.me/220892033952

브런치에 남긴 글.

https://brunch.co.kr/@roh222/337



원래 읽는 속도도 느리고 한정된 책 읽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더 손꼽을 정도로만 읽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선정해 보았다. 우선 카프카의 <소송>이다. 리뷰 작성하면서 밝혔지만 나의 탐사 일지였다. 아무리 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리뷰였다. 내 생각이 끝에 닿을 때까지 붙잡고 있느라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소송을 읽는 동안 어두운 구석에 박혀 카프카를 지켜보는 1인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곧 그이고 그가 나이고 숨어있어 지만 들켜버린 기분이 들어 서늘해지곤 했다.


다음 책은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다. 빨리 읽어버리고 싶을 만큼 지루하게 느끼기도 했지만,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개츠비 그렇게 죽고 말아서 미련이 남은 것처럼 이 책은 그렇게 애잔하게 느껴진다.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가 왜 위대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면 그런 마음이 더욱 든다. 개츠비의 초상화가 내 마음에 걸려버린 것 같다. 계속 그가 눈에 어른거린다. 거기에 잘 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과 보르헤스의 <보르헤스의 말>이 올해 내 기억에 남는 책이다. 은밀한 생은 올해 다 읽을 수 있어서 기뻤고, 보르헤스의 말은 보르헤스와 조금은 더 친근해져서 좋았다. 내 안에서 그들의 말은 떠돌게 되었다. 아 그런 말을 했었지 기억해 둬야지, 무슨 말이었더라? 잊어버리면 다시 찾게 되는 그런 글이었다. 



2017년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선정


1. 프란츠 카프카 <소송>

http://roh222.blog.me/220987992928


2.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http://roh222.blog.me/221060200020


3.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http://roh222.blog.me/221094679350


4. 보르헤스의 말

http://roh222.blog.me/221116441473



다른 해와 다르게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추운 겨울 버텨내고 봄을 맞이했었다. 어제는 세월호 미수습자 5인 가족들이 세월호를 떠나 찾지 못한 그들을 가슴에 묻었다. JTBC 뉴스룸은 끝까지 그들을 취재해줘서 고마웠다. 한 번이 끝이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까지 지켜봐 줘서 고마웠다. 모두가 지쳤다고 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아서 그래서 고마웠다. 


김탁환 작가는 잠수사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를 출간했다. 그 바닷속은 잊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괴로웠으니깐 잊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똑똑히 기억해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어둠을 '먹'으로 표현했던 어느 잠수사의 이야기가 눈물짓게 하고 말았지만 그런 고통 다시없길 바라며 잊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이 오고야 말았다. 이미 벌써 나는 2월에 있을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전쟁이 더 이상 없는 나라였으면 좋겠고, 지진의 위험에서 안전한 나라였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불안은 잊고 싶다고 잊히는 게 아니게 되어버렸다. 다시 오고 다시 오고 반복적이다. 처참한 현실을 눈으로 보아도 다시 일어설 힘을 갖는 건 내가 몰랐던, 내가 잠시 잊었던 모두의 고귀한 정신이었다. 촛불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금 불행의 한가운데에 있어도 그 촛불을 떠올린다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 같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들의 남아 있는 나날은 어떤 것일지 생각했다.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리뷰를 자주 마주치다 보니 진작 읽지 못해서 아쉽다. 읽어보겠다고 했을 때 얼른 읽을 것을 하곤 아쉬워했다. 내년엔 꼭 읽어보고 싶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2권을 꼭 올해 읽어내려고 했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붙잡고 있는 책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어서 읽어야겠다. 


내가 생각했던 독서 3년이 이렇게 지나고 있다. 내 계획은 시작만 있고 중간은 없고 끝은 모르겠다. 3년이 그렇게 흘렀다. 앞으로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아직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읽는다는 건 나를 갉아먹는 것인지 나를 채우는 것인지 내 영혼은 아름다운 것인지 추악한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태어나 최선을 다하고 있고 실수투성이고 다시 바로 서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흩어진 나를 모으는 것이 독서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일기 같은 글이 되고 말았다. 부끄럽다. 


11월에 당겨 쓴 2017년 독서결산이다. 왠지 진척없는 12월이 될 것만 같아서다. 또 마음이 바뀌어서 또 읽고 쓰고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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