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4일 기록
오늘에서야 써야 지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사실 이 시간이 지나가게 그냥 두려고 했어요.
우리의 상반기가 무척 스펙터클하였는데 이제 잘 마무리가 되어가는 걸까요?
태풍의 눈이라고 생각하며 불안했던 시간이 벗어나니 기어코 들이닥쳐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버렸네요.
그럴 줄 알았지..
담담할 줄 알았는데 밤잠을 이루기 어려웠지요...
누구나 다 겪는 일이 아님을..
그래서 생이 역겹다가도 이내 인정하고 수긍하고 마는
우리는 그렇게 또다시 한번 견뎌냈음을...
치얼스!
매번 써야지 하고 시작하는 글들은
어떤 축하의 메시지도 없답니다.
태어난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당신에게 물었지요.
우리는 왜 태어나고, 존재하느냐고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다가 저는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지구에서 오고 지구로 돌아가느냐고..
여름에 태어난 우리는...
이 더위가 마냥 싫지만은 않지만, 가슴이 저려오기도 합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가
그 여름날 우리를 낳았을 때 어떠했는지 떠올리게 되니깐요..
그렇게 해서 태어났을 필요가 있을까
무심결에 태어나지 않았어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을 하고 맙니다.
태어나서 존재함을 느끼나 모든 게 거짓말 같거든요.
생명은 찬란하게 빛을 내며 존재감을 떨치나,
그 생명 유한하고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심장은 느닷없이 멈추며,
이별을 고하기도 전에 촛불을 훅-하고 불며 꺼지듯 죽어버릴 수 있음을 알고 나니
인생사 덧없음을 사무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우리는 오늘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주 보고 웃기도 하고 행복을 나누기도 합니다.
고요함이 찾아들면 그 고요함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좋은 생각도 나쁜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고,
내가 누울 관이 옆에 놓여 있으며,
나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그래도 저는 작아지고 두려워질 테지요..
당신이 없어도 살아갈 자신이 있을지도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는 젊고, 인생의 후반이 많이 남겨져 있음에도
끝이 어떠한지 알 수 없음에 두려움에 떤답니다.
한없이 밝고 명랑하고 철없음에 놀라다가도
제 나이로 돌아온답니다.
저도 모르게 그늘이 드리워져집니다.
어떻게 행복함 속에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늦은 저녁을 함께하고 마주 볼 수 있었던 그 찰나를 기억해 두려고 하죠
잊고 싶지 않은 순간입니다.
나를 보는 이 시선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그리워할 테고, 어서 만나고 싶을 테죠...
당신이 전전긍긍하는 것들이 안타까운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바라만 봅니다.
당신이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은 꾀나 즐거운 일 중에 하나입니다.
때론 치열하게 때론 집요하게 자신의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닐 테지요.
저는 저 바닥에 질질 끌려가는 몸뚱이로 겨우 손을 내밀 뿐입니다.
가끔 될 되로 되라지, 의욕이 없어요. 하고 당신을 바라봅니다.
당신에게 아주 미안한 일중에 하나지요.
반성합니다.
당신하고의 여행을 무척 고대하고 있어요.
다시 올 그 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런 시간 속에 산다면 참 좋을 텐데...
간절하니 더 좋은 것일 테죠.
기다리는 시간도 좋습니다.
당신이 태어난 여름이 왔어요.
우리는 지나갈 여름이 벌써 아쉽기도 합니다.
한 낮 폭염에 한 밤 열대야에 몸서리치다가도
이 여름이 지나버려 한 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기에...
여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더위에 싸우면서도 모든 것을 태우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모든 걸 맡깁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당신에게 축복이 깃들기를...
2018. 07. 17 훌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