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하 작가 <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개인적인 삶의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은 평범한 독자이거나 책에서 그저 즐거움과 지혜를 구할 뿐인 애서가라면, 자신과 책의 관계 맺기에 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도 있다. <p83>
질문 1) 나에게 책은 무엇인가?
질문 2) 나는 어떤 독자인가?
질문 3) 나는 책과 어떤 관계를 맺길 원하는가?
질문 4) 나는 책을 어떻게 읽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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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대한 답 찾기
나의 독서 버전은 따로 있을까? 있다면 다음 버전은 어떻게 새롭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하다. 나도 모르게 진행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떤 끌림으로 읽게 되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에게 책은 집중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소설 한 권을 집중해서 읽어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읽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책 한 장 한 장이 늪이고, 숨이 막히고 답답했다. 반면 만화책은 달랐다. 몰입의 최고치였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중독이었다. 어린 시절엔...
책이란 것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선택했던 책들은 자기 계발서, 좋은 글귀의 에세이, 어려운 철학서 몇 권 등이 있었다. 그런 짤막한 시간이 지나고 내게도 책이 좋을 만한 이유가 생겼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찰스 디킨스 ... 좋아하는 작가의 글들이 생겨났고, 책은 어느 때보다 친근하게 다가왔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시간이 또 한참이나 지났다. 여전히 여러 각도로 책에 매료되곤 한다. 계절이 바뀌듯이 작가와 작품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고 여기까지 왔다.
https://roh222.blog.me/220152212590
역사소설을 읽어 나갔을 때 나는 정말 책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책은 '내가 이겨내지 못할 일이란 없다'라는 생각을 지탱해 주지 않았을까... 지금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당시엔 내가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무엇을 납득하고 이해하려 했는지, 나는 알고 있었을까? 이유를 모른 채 읽어가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독서의 과정이 뒤섞이면서 제. 대.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블로그가 그런 활용의 장이 되어주었다. 나는 독서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를 조금씩 남기고 있다. 책 덕분에 책에 편승하여서 나도 한편을 차지하게 되었다. 책은 흩어진 나를 되찾기도 하고, 비우기도 했다. 어떤 것이 되었든, 그게 나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질문에 답을 하려다 보니깐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었다. 계속 해오던 질문이기도 하고 나를 기록하면서 여러 번 반복한 말이기도 하다. 나에게 책은 좋은 관계에 놓여있다. 계속 이 상태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독서하지 않는 시대가 정말로 온다면... 슬플 것 같다. 그 의미도 모른 채....
책과 좋은 관계이고 싶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떤 관계도 아닐 텐데..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만 깨끗한 눈이 되고 싶다. 그 책이 보여주고자 했던 바를 볼 수 있는 눈이 되었으면 한다. 아주 짧은 찰나 지나고 말 그 순간을 고대한다.
요즘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어나갈지 어려워하고 있다. 너무 헤매다가 좋은 책 읽어보지도 못하는 건 아닌지.... 사실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어 뭔가 책만 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접속해야 할 것들이 늘어서 책을 펼치기가 어렵다. 쉽게 흥미를 잃고 마는 성격이지만, 아직 책만큼 오래도록 좋아하고 있다. 김운하 작가의 책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정말 유익하다. 또 한 번 독서의 길을 상상해본다. 독서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서는 책을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길어 올린 사유를 글로 옮기는 데 있다.
글쓰기야말로 독서의 완성이다.
김운하 작가
토머스 핀천 <49호 품목의 경매>, <V>, <중력의 무지개>, <느리게 배우는 사람>
쥘리앵 그라크 <시르트의 바닷가>, <숲속의 발코니>
모리스 블랑쇼 <아미나다브>, <문학의 공간>, <도래할 책>, <카프카에서 카프카로>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 <재밌다고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는 일>, <끝없는 농담>
로렌스 스턴 <트리스트럼 샌디>
헨리 필딩 <톰 존스>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빌리에 드릴아당 <미래의 이브>
헤르만 브로흐 <몽유병자들>,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맬컴 라우리 <화산 아래서>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
페트로니우스 <사티리콘>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이스 캐럴 <실비와 브루노>, <스나크 사냥>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독서>
폴 오스터 <굶기의 예술>, <사자의 서>
에드몽 자베스 <질문의 서>, <엘, 혹은 최후의 책>
로버트 버턴 <우울증의 해부>
루크 라인하르트 <주사위 인간>
플리니우스 <자연사>
샤토 브리앙 <무덤 저 편의 회상>
카를로 에밀리오 가다 <메룰라나 가의 무서운 혼란>
W.G 제발트 <토성의 고리>
토머스 브라운 <유골단지>
라이프니츠 <변신론>
에드워드 사이드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조르주 상드의 편지>
토머스 드퀸시 <예술분과로서의 편지>
바를람 샬라모프 <콜리마 이야기>
페르니당 셀린느 <밤의 끝으로의 여행>, <외상죽음>
미셜 뷔토릐 <시간의 사용>
폴 발레리 <스탱의 황홀>
페트로니우스 <사티리콘>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빌리에 드 릴아당 <미래의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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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 자베스 <예상 밖의 전복의 서> 리뷰 : http://roh222.blog.me/221024892682
읽고 싶은 책을 메모하는 즐거움이란...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의 제목들이다. 독서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쉽사리 덮을지라도!) 카프카의 <성>을 아직도 못 다 읽고 있다. 2018년 12월에 완독하려고 했는데... 나는 3년(2015 ~ 2017년)의 독서 타임을 갖고 1년을 쉬었다. 읽었으나 쉬어가면서 완전히 읽지 않았다. 전처럼 읽지 못하고 책이 낯설어지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도 느꼈다. 난 자신감 상실 중이다.... (대신 한 해를 스트레스 핑계로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엄청나게 읽었다. 코피가 나도록..)
독서 자신감과는 별개로 좋은 책을 발견하고 싶다는 욕구는 늘었다. 무슨 신세계를 찾듯이, 오아시스를 찾듯이..... 찾아내서 흠뻑 빠져들고, 한없이 흔들리고, 더 이상의 만족이란 없다고 확답을 받고야 말겠다는 의사를 내뿜고 있다. 이런 독자는 너무 부담스러울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책이 한 권의 책으로서 궁극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바로 독자의 정신 속에서다
김운하 작가
여기 이 책 곳곳엔 보르헤스의 이야기가 많았다. '책 인간'이었던 보르헤스가 살고 싶다는 또 다른 인생을 상상해본다. 인생을 다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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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가 85세에 쓴
<순간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번엔 좀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를 테다.
덜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좀 더 편해질 것이다.
진짜로. 심각한 일은 조금만 만들 것이며
덜 깔끔 떨 것이다.
위험을 더 감수할 것이며
더 많은 곳을 여행할 것이며
더 많은 석양을 볼 것이며
더 많은 산을 오를 것이며
더 많은 강에서 헤엄치련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갈 테다.
아이스크림을 더 먹을 거고, 콩은 조금만.
더 많은-진짜-근심거리를 가지고, 상상만 하는 일은 조금만 하련다.
나는 매 순간을 신중하고 풍성하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물론-어떤 면에서는-즐거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좋은 순간을 위해 노력하련다.
인생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른다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지니.
나는 체온계와 보온물병 그리고 우산과 낙하산 없이는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밝은 곳을-온전한 시력으로- 여행할 것이다.
내가 다시 살 수 있다면,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맨발로-농부로-일해볼 것이다.
손수레도 더 끌어볼 것이다.
좀 더 많은 일출을 바라보고, 더 많은 아이들과 놀 테다.
내게 인생이 더 허락된다면 -하지만 난 85세다.-그리고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http://roh222.blog.me/22111644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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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하 작가 리뷰 보기
http://roh222.blog.me/220959649282
http://roh222.blog.me/22055312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