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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ul 12. 2019

시간의 물길... 내가 더 노를 젓겠노라...

상상해 보겠나?

가파른 숲을 가로질러 내밀한 나무둥치 아래

퐁퐁퐁 물이 솟는 작은 샘이 하나 있었지.

요정 같은 아이 하나가 작은 물길을 따라 내려왔어.

걸음은 느렸고 조심스러웠다네.

그 아이는 욕심부리지 않고 한 걸음씩 차분히 걸었어.



다음 이야기는 당신도 상상이 되겠지.

우리 모두가 아마 그 길을 걸었다는 것을

물론 우리 모두 요정 같은 아이였다네!!

흠흠.. 다시 거슬러 올라가 상상해 보자고!

물길은 저들끼리 모이더니 넓어지고 깊어졌지.



걸음은 뜀박질이 되고 이내 달려야 했어.

조각배 하나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운 좋게도..

그래 운이 좋았지.

조각배를 얻어 편안하게 물길을 내려오게 되었어.

좋은 날은 바람의 힘을 얻어 힘차게 나아갔고

그리고 나쁜 날이라고 할 수 없지만

물길은 스스로 흘러갔기에 멈추는 법이 없었다네.



눈치챘겠지만 이 이야기는 당신과 나의 이야기지.

우리는 거슬러 갈 수 없고

언제부터인가 뒤돌아보는 일이 많아졌을 뿐이라네.

늦출 수도 멈출 수도 없이 꼼짝없이

좋으나 싫으나 바다로 나아가야 했어.

왠지 화가 나기 시작한 거야...



요정 같은 아이가 물거울을 들여다보았다네.

아이는 본 적 없는 그 얼굴이 자신인지 의심스러웠지.

오히려 어떤 것도 짐작할 수 없어져서 무서웠다네.

망망대해가 끝이라고 누가 그랬을까.

우리는 여전히 끝을 모른다네.

죽음을 체험 한자는 말이 없을 뿐인데 말이야.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우리는 기억한다네.

화가 나는 것도 무서운 것도 무의미해졌지.

하루가 다르게 물살이 거세질 때마다 늦추기 위해 기도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

더 거세지도록 아니 물길도 따라올 수 없도록

내가 노를 젓겠노라고...



시간이란 그렇더군.

쫓기는 순간 없어져버렸어.

그러니 내가 더 쏜살같이 살아내야 되겠다.

시간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그래 물거울을 다시 들여다보았다네.

거기에 내가 원하던 얼굴이 있었어.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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