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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19. 2021

2월의 크리스마스

소설 & 에세이

나는 당신을 무엇으로 불러야 하나... 

우리의 관계는 남들이 알 수 없는 은밀함이 있다. 

나는 우리의 풋풋했던 1일을 기억한다. 

2001년 2월 25일 경주월드에서 대관람차를 탔다. 

아직은 젊고 빛이 나는 20대의 당신과 나는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귀 끝이 빨개져 있었다. 

함께 놀러 갔던 당신의 친구 커플은 오랜 연인이어서 부럽게 보곤 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고 그들처럼 추억이 필요했다. 

당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어느 날 당신이 떠날 것을 암시했을 때 나는 놓치기가 싫었다. 

다시 나에게 이런 기회는 없을 것만 같았다.



나는 남녀의 논리에서 항상 약자지만 약자 치고는 나의 선택권은 크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나에게 연락하고 선물을 주고 밥을 먹고 글을 보내니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도 좋아져야 하는 것인가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을 나는 무엇인지 몰랐다.

그 사람이 그러한 감정이 생겨난 것처럼 나도 저절도 생겨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다고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나의 첫사랑이라 믿었던 그 사람과의 만남을 나는 어리석었다는 말로 결론지었다. 

사랑은 이러한 감정으로 시작하여서 천천히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나에게 알려주었다면 좋았을까 

사랑인 줄 알았지만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사랑이 아니었다. 

나는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다시는 그 얼굴을 보는 게 역겹고 두려워진 후에야 사랑한다면 내가 느끼는 이런 감정은 아닐 것이라고 깨달았다.



나의 어두운 이면을 단숨에 구멍을 내고 튀어나온 사람이 당신이었다.

당신이 나를 보는 시선이 좋았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내가 좋았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당신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것만 같았다.

나는 또 착각하려고 했다. 

그러니깐 나는 당신에게서 도망쳐야 했다.

당신이 준 장미꽃이 캐비닛 위에 놓여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당신이 내게 준 관심과 선의를 의식 없이 팽개쳤다. 

당신 마음이 착각은 아닌지 묻고 싶었는데...

폰 넘어 당신의 목소리가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졌을 때 나도 모르게 조급해졌다.

이제 당신은 정말 나를 떠나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이제 와 두려워졌다.

나는 입만 벙긋거리다 단숨에 숨을 내뱉듯 당신에게 고백했다.

그렇게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었다.



내 인생의 절반을 넘어 내 얼굴보다 더 많이 바라보는 얼굴이 당신이다.

나는 이제 내 얼굴이 당신 얼굴인 것처럼 착각한다.

오늘도 내 얼굴이 잘 있나 들여다본다.

오늘도 아낌없이 당신 얼굴을 들여다본다.

참 그리운 얼굴이다.

오늘도 참 행복하다.

당신이 참 고맙다.

당신 곁을 내게 주어서 참 고맙다.




2021년 2월 25일을 기다리며...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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