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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27. 2021

지난밤 꿈, 잊힌 이야기

소설 & 에세이

#1

힘겹게 눈을 들어 올렸다.

어둠이 눈에 익어 점차 낯선 벽지의 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방이 어두운 벽, 미닫이 문 하나, 거리가 짐작되지 않는 그곳.
바닥에 깐 이불속에 엄마, 아빠가 함께 잠들어있다.

나는 이미 집을 떠나온 지 10년이 지났는데..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 발아래 남자아이가 우울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사방은 여전히 어둡고 엄마, 아빠의 얼굴 형체가 괴물처럼 무섭게 변해갈 거란 상상이 이어졌다.
남자아이는 제 아버지 같은 사람이 끄는 손길에 건넌방으로 사라졌다.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살짝 짓곤 시선을 돌리고선...
나는 무서운 기분이 사라지지 않아 이것이 꿈이란 걸 깨달았다.




#2

내 자리에서 꼼짝없이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었다.

해는 기울어 붉고 누런 그것을 길게 느려 트리고 선 쉽사리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모니터는 눈부셨지만 블라인드를 치지 않았다.

꼼짝하지 않고 버텼다.

'이 정도 눈부심은 이겨낼 수 있으니깐'하고 중얼거리며 고집을 부렸다.

이내 밖은 차가운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는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모니터에 남겨진 일이 다 끝나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나를 내버려 두고선' 일어섰다.

노을이 비춰 들어온 창에 까만 어둠이 칠해지고 '그 자리에 내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나는 나를 보고 나서야 섬칫해졌고 멈춰야 했다.

(이것은 경고)

(너의 꿈)




#3

내 꿈에서 할머니는 항상 징그린 얼굴 아니면 무표정.

어떤 기분일지 알 수가 없는 할머니

그날 그렇게 화난 잿빛 얼굴을 뒤로하고..

그날 그렇게 울고 하소연하는 얼굴을 뒤로하고..

꿈에 나온 지 3년이 지나서야 보이지 않게 되었다.

우리 할머니 극락왕생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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