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히스클리프의 사랑...
에밀리 브로테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에밀리 브론테 (1818.7.30 ~ 1848.12.19)
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잠시 자매들과 함께 기숙학교에 다녔으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은 황량한 황야의 사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냈다.
1835년 언니 샬롯이 미스 울러 학교에 교사 자리를 구하자 에밀리는 학생으로 따라갔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3개월 만에 돌아왔다.
1838년에는 에밀리 자신이 미스 패칫 학교에서 6개월간 교사 생활을 했다. 샬롯과 에밀리, 앤 세 자매는
1846년 필명을 써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함께 펴냈다. 이 시집에는 에밀리의 시 21편이 실렸는데, 후대의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에밀리에게서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1847년에는 샬롯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차례대로 출간되었다.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 뒤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해 결국
1848년 12월 19일 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이야기는 그가 워더링하이츠로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버려진 아이였는지 언쇼 씨의 또 다른 자식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언쇼의 딸 캐서린과는 이루질 수 없는 관계인 것만은 처음부터 분명해 보였다. 언쇼는 그에게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주며 자식들처럼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려 한다. 언쇼의 아들 힌들린은 그러면 그럴수록 히스클리프를 잔인하게 괴롭힌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소녀에서 처녀로 성장하게 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함께해온 많은 시간 동안 서로에게 떼어낼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데 그것은 아마 첫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언쇼가 사망하고 힌들린은 워더링 하이츠의 집주인으로서 히스클리프를 더욱 자신들과의 관계를 구분 지으려 하인으로 취급하며 더 이상 배우지도 못하고 고된 일만 시킨다. 캐서린은 그녀의 집에서 가까운 부유한 지주 집안 린튼가의 아들 에드거과 그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교우를 나누게 되면서 친분을 쌓는다. 우연히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 그 집의 유모 딘부인과의 이야기를 엿듣고 그는 집을 떠나고 만다.
[캐서린과 넬리 딘 부인(유모)의 대화]
고약한 술주정꾼(힌들리)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비천하게 만들지만 않았어도 나는 에드거 린튼과 결혼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이제는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는 건 내 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고 말았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히스클리프에게 알릴 수 가 없어.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잘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내가 이 세상에서 맛본 크나큰 비탄은 히스클리프가 당한 고통이었고, 나는 처음부터 그 고통을 낱낱이 지켜보고 느껴왔어.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대상도 바로 히스클리프였지. 모든 것이 죽어 없어져도 그만 남아있다면 나는 계속 존재할 거고, 다른 모든 게 있더라도 그가 사라진다면 내게 온 세상은 아주 낯선 곳이 되고 말 거야. 이 세상의 일부로 느껴지지 않겠지.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오면 나무들이 변해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 사랑도 변해갈 것을 나는 잘 알아. 그렇지만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나무 아래에 놓여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서, 눈에 보이는 기쁨의 원천은 아니지만 꼭 있어야 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캐서린은 에드거와 결혼을 하고 이사벨라와 스로시크로스 레인지 저택에서 살고 있을 때 몇 년만에 히스클리프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일사천리로 자신의 복수 계획을 실행해나간다. 힌들린은 아내를 병으로 잃고 노름과 술로 세월을 탕진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도박에 끌어들여 재산을 모두 빼앗는다. 워더링 하이츠도 자신의 소유로 만든다. 그리고 그의 아들 헤이튼을 하인처럼 취급한다. 그는 또 캐서린의 집에 방문하게 되면서 에드거의 여동생을 꾀어내 함께 도망쳐 결혼하고 돌아온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실타래처럼 서로를 바라보지만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캐서린은 에드거의 딸 캐서린(캐시)을 낳고 죽는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도 않는다. 이사벨라는 그를 도망쳐 아들 린튼을 낳아 기르다 12년 후 병으로 죽는다. 그 아들은 에드거가 양육하려 하지만 히스클리프가 데려가고야 만다. 이후 캐서린의 딸 캐시 린튼과 자신의 아들 린튼 히스클리프를 결혼시키려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다.
[히스클리프와 딘 부인에게 들려준 말]
나의 앞날은 단 두 단어, 죽음과 지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거야. 그녀를 잃는다면 내 삶은 지옥이 되고 말 테지. 한때 난 어리석게도 캐서린이 나보다 에드거 린튼의 애정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 설령 그가 그 빈약한 몸으로 온 힘을 다해 80년 동안 사랑한대도 내가 단 하루 동안 사랑하는 것에 미치지 못할걸. 캐서린은 나만큼이나 마음이 깊은 사람이야. 그러니 바닷물을 여물통에 모두 담을 수 없듯이 에드거는 그녀의 애정을 모두 담을 만한 그릇이 못 돼. 쳇! 그 녀석은 캐서린에게 그녀의 개나 말보다 더 소중할 것도 없는 존재야. 녀석에겐 나처럼 사랑받을 존재가 못 돼.
거실에 앉아 있을 때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고, 황야를 거닐 때는 집에 가야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어. 집을 나서면 그녀가 하이츠의 어딘가에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서둘러 집에 돌아오곤 했어. 그리고 그녀의 방에서 잠을 자는 날에는 누워있을 수가 없었어. 눈을 감자마자 그녀가 창문에 나타나거나 방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침상 판자문을 열어젖히거나 심지어 그녀가 어렸을 때 쓰던 베개 뒤에 그 사랑스러운 머리를 뉘이기도 했어 그러면 난 그녀의 모습을 보려고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하룻밤에도 무수히 눈을 감았다 뜨곤 했어. 그래 봤자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늘 실망만 했지. 그러니 내가 얼마나 괴로웠겠어.
자신의 아들은 병이나 죽어버리고 캐시 히스클리프(며느리)는 히스클리프(시아버지)에게 모욕감과 폭행에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는데 히스클리프는 더 이상 아무런 의욕이 없어지고 삶이 무의미해져만 간다. 힌들리의 아들 헤이튼은 히스클리프와 함께 지내며 그를 미워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간직한 채 그를 옹호하며 나서기도 하는데 한편으로 캐시도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자기 나름대로 돕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무시와 냉소로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지만 캐시의 진심이 담긴 사과로 용서하게 된다. 둘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히스클리프는 자신이 갈망한 복수가 허무해짐을 느낀다.
[헤이튼과 캐시를 보고 난 후 히스클리프와 딘 부인과의 대화]
초라한 결말이군, 안 그래?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끝난단 말인가? 나는 두 집안을 파멸시키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하고 헤라클레스처럼 일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련해 왔지만, 모든 것이 준비되고 내 힘으로 할 수 있게 되자 어느 쪽 집이든 지붕의 슬레이트 한 장도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버렸지 뭐야. 나의 옛 원수들은 날 파멸시키지 못했어. 이제야말로 그들의 후손들에게 복수를 할 때지. 하려고만 들면 할 수도 있고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하니까. 그러나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지? 난 때리고 싶지 않아. 손을 들어 올리는 것 조차 귀찮아졌다고! 이렇게 말하니 관대함의 미덕을 보여주려고 여태껏 애써온 것처럼 들리는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그들의 파멸을 즐기고 싶은 의욕도 능력도 없어졌어. 너무 나태해져서 부질없이 남을 파멸시켜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 거지.
그녀를 닮은 점이 눈에 띄어 나를 괴롭힌다 말이야. 나는 헤어튼의 모습에서 내 불멸의 사랑, 내 권리를 지키려는 열렬한 노력, 나의 비천했던 시절, 나의 자존심, 나의 행복, 나의 고통 등을 보았던 거야. 헤어튼과 함께 있는 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끊임없이 겪어온 내 고통을 더욱 심하게 하는지 설명이 되었을 거야. 그 녀석이 제 사촌과 어울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지. 난 그 애들에게 더 이상 신경을 쓸 수 없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 어떤 것도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내 눈에 띄지 않는단 말이야.... 내게는 오직 한 가지 소원이 있고, 내 존재와 능력 전체가 그것을 성취하기를 갈망하고 있어.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확고하게 열망해왔기 때문에 난 그 소원이 내 존재를 삼켜버렸던 거야. 그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 거지.
이야기의 본론은 언쇼의 집에서 일하던 힌들리와 캐서린의 유모 넬리가 모든 주인공들의 결말을 지켜보는 유일한 인물로 스러시크러스에 세입자 록우드에게 자신의 방에 걸린 히스클리프 부인의 초상화를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된다. 캐서린과 그의 딸 캐시 사실 이름도 동일하기 때문에 캐서린이란 이름을 줄여 딸은 캐시라고 불렀다는 점, 에드건 린튼의 여동생 이사벨라의 아들 린튼도 성을 이름으로 불린 점, 결혼하면 여성은 남성의 성을 따른 점 이런 것들이 읽으면서 혼동을 불러 일으키지만 이후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혼동은 소멸되고 만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이야기 중의 하나는 헤어튼의 어린 시절에서 청년으로 바로 넘어가기 때문에 그 사이의 이야기를 알 수가 없는데... 힌들리가 술에 취해 자신의 아들을 괴롭힐 때마다 히스클리프가 해왔던 행동 가령 대신 막아준다든가 대신 욕을 해준다든가 그런 상황이 계속 있었을까? 그리고 힌들리가 죽고 나서도 히스클리프가 헤어튼을 하인같이 부리기는 하지만 어떤 식으로 그에게서 마음을 얻을 만한 행동을 보였을까? 그런 의문이 많이 든다. 그 이유는 헤어튼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죽을 것 같이 싫어했다. 자신을 이 층 난간에서 떨어트리고 온갖 폭언 등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자신을 도와주고 보호했던 건 히스클리프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히스클리프가 죽고서 하염없이 울며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얼굴에 비비고 키스를 하며 슬퍼할 수 있었겠는가! 부성애 조차 없는 히스클리프에게 말이다.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는 상상만으로 썼다고 하기엔 그 시절엔 아주 센세이션 널 했을 파격적인 소재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의 나로선 무감각할 뿐이라 안타까울 정도다. 워낙에 치정에 관련된 드라마를 많이 본 탓에? 그렇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 영원히 내 편이고 나를 떠나지 않을 유일한 사람을 바라는 것은 꼭 같다. 히스클리프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남자인데... 오갈 데 없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결국 복수란 것에 더럽혀지고 말다니.. 죽어서 편안해질 사람이었을듯하다. 에밀리 브론테도 그런 마음으로 썼을까... 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그렇게 글로 영원히 남은 것만 같다.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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