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3

선택적 고통

by 고냥이

나의 우울증은 아마도 관심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은 인간의 당연한 욕구이지만 나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이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랑받으려고 가짜를 연기하고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딱히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그런 행동을 내가 하고 있으니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은 게 아닐까


입원한 뒤로 5시 쯤되면 항상 심장이 저리고 아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일부러 아프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아프면 간호사 분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기에 무의식 속의 나는 아픔을 갈구하는 게 아닐까? 심장은 조이듯이 아파오고 손발이 떨린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심장은 아프다고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프다. 나는 주문을 매번 외운다.

"더 아파져라, 아파져라"

세상 누구든 앞고 싶은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아픈 걸 좋아했다. 아프면 엄마의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기에 그랬던 거 같다. 지금은 딱히 엄마의 손길이 오지도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아프길 기도한다. 코로나가 유행할 시기에는 코로나에 걸리고 싶었고 매년 독감이 유행할 때마다 나는 독감에 걸리고 싶어 했다. 솔직히 모르겠다. 아파서 장애를 얻는 것은 싫지만 아파서 죽는 것은 어쩌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오로지 관심을 위해? 지금 병원에서 아프고 싶어 하는 건 관심일지도 모른다. 가장 아픈 사람이 많은 관심을 받기에 나는 간호사 분들의 관심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에게 아프라고 주문을 걸고 일부러 우울해지기 위해 머릿속에 웃고 있는 나를 세뇌하고 해리가 오는 이유도 뻔하다. 인정하기 싫으니까 난 행복한데 우울하다고 세뇌하는 내가 싫고 믿기지 않아서. 나는 죽고 싶어 하지만 우울증을 극복하 수 있는 힘이 있는 건 분명하다. 방법을 알고 있지만 나는 행하지 않는다. 아니 또 다른 관심받고 싶어 하는 내가 나를 가로막는다. 너무나도 답답하다. 나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분명 알고 있다. 근데 왜 행하지 못하는가 내 몸에서 나를 거부한다. 고통스럽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검게 물들여져 있다. 여러 가지 색이 섞여 검은색이 돼버린 나의 심장은 어쩌면 더러운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을 받으면 되지만 나는 나의 더러운 물을 계속 사용한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울울하고 싶다. 아프고 싶고. 모르겠다. 이 생각도 내가 하는 건지 부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웃고 살아간다.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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