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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kong 노콩 Apr 02. 2021

너에게 매달 꽃을 선물한다

직접 그린 그림 꽃 선물

작년엔 모두가 그렇듯

참으로 느낀 것이 많았던 한 해가 아녔을까

내가 알고 있던 평범함과 일반적인 행동, 범위, 삶의 태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제한되었다.

나와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어려웠고 힘들었고 황당했다.

아마 모두가 그랬겠지만 참 그랬다.


 그런 한 해가 다 지나갔지만 그다지 2021년이라고 달라질 건 없을 거 같았다. 사실 그게 시간이 지나니 더 절망적이었고 웃고는 있지만 때론 짜증 나고 자주 분노하고 갑자기 외롭다가도 어느 날 슬펐다.

 그런 절망은, 그런 황당함은 삶이 계속되니 텀이 커졌고 또 이 또한 익숙해졌다.(그런 것도 황당할 타이밍이 있다/ 마스크가 당연한 지금처럼)

익숙해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2021년을 어느 해보다 특별하게 보내기로 다짐했다.

어쩌면 이 해에 누리는 게 또 다음 해엔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자가 된 것이다. 그냥 비관론자 말고 움... 조금은 긍정적인? 긍정적인 비관론자가 되었다.


긍정적 비관론자가 된 나는 유튜브 광고에서만 보고 친구들이 신청하던, 쿠카* 를 해야겠다 다짐한다. (*쿠카 : 매달 1회 혹은 몇 회 꽃이 자동으로 배달되는 사이트)

"그래!쿠카를 월 2회 정도 신청하는 거지.

나에게도 보내고 엄마도 보내는 거야! 매달 그렇게 꽃을 선물 받는 거야."

라고 다짐하고 11월, 12월을 보내고 있다 문득 대학교 다닐 때 매달 꽃그림을 그려 카톡을 보내주던 선배가 생각났다. 그녀는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서 텔레비전을 켜도 그녀의 그림이 나오고 서점에 가도 그녀가 그린 책 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나는 그렇게 그녀처럼 꽃을 그려 혹은 다른 어떤 것을 그려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따라 하는 건 아니진 매달 내가 그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겁이나 포기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올해가 마지막 해인 듯! 그리고 꽃을 받아 행복한 사람이 엄마와 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친구 한 명 더라도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기로 다짐한다.


혹 너무 따라 하는 거 같아 그녀에게도 말을 했다.

너무 유명해진 그녀가 인스타 디엠을 확인할까 걱정했던 마음은 기우였다. 여전히 그녀는 상냥했고 내가 그린 1월의 꽃을 기분 좋게 받아주었다. (사랑해요.) 마음 한편엔 이렇게 매달 그리다 보면 그녀처럼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 기대도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4달이 지났다.


1월 / 2월 / 3월

1월의 꽃 / 2월의 꽃 / 3월의 꽃


기준은 없다

1월 같은 꽃,,, 2월에 피는 꽃,,, 3월에 어울리는 꽃


매달 달력을 아래에 적어 친구들 가족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인스타와 그라폴리오 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게 올려놓았다. 카톡은 새해엔 보내기 쉬웠다. 나는 새해 인사를 잘 묻는 아이였고 새해엔 다들 별일 없이 그렇게 카톡을 하니깐.


그런데 2월에 1일이 뭐 그리 특별하다고 카톡을 보내려니 왜인지 쑥쑥 했다.

누군가는 나의 시도를 재밌있어했고 누군가는 내가 그림을 이렇게도 그리는 줄 몰랐다고 했다.

 누군가는 꽃을 선물했는데 결혼은 언제  건지 물었고 (몰래 계획 중이었지만 그의 관심사는 오직 나의 결혼, 그는 기혼자)  누군가는 "이건  무슨 영업인데"라고 했다. 나는 그런 아이였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족과 친구들이 고맙다고 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답을  하기도 했다.



3월이 되었을 땐, 3월 1일 내가 뭐라고 이 중요한 날에 꽃을 보내나 싶어 하루 참는다는 게 3일이 되어서야 카톡을 했다. 영업사원이 된 듯 다시 모두의 카톡을 훑었고 다들 신나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지 프로필 사진들이 다양했다. 답을 하지 않는 이에게 또 카톡을 할 땐 뻘쭘했고, 고민했다. 정말 영업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누군가에겐 가식을 떨었고, 또 결혼을 물을 지 모르지만 웃겨서 보내기도 했다.

보통 반응은 "헐! 벌써 3월 ㅠ" 이였다. 나 또한 마찬가지인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그들도 그런 듯하다.

학교를 가지 않아 모든 친구들의 근황을 모르지만 카톡을 스르르륵 보는 거 만으로도, 메시지 보내지 않아도 나름 재미있었다. 그놈의 결혼이라던가 그녀의 임신소식이라던가 그분의 요즘 취향 등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톡을 보내고 나면 바로 폰배경화면을 한 모습이라던가 톡 받은 모습을 캡처해서 인스타에 올리는 친구들의 모습이나 지난달 달력을 프린트해서 쓴 모습을 봤다. 아주 장해. 작전 성공이다.




4월의 달력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듯 충격

벌써 4월이다.

4월은 정말 더 빨라 4월 1일 방금 다 그려 겨우 보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나만 놀란 게 아니라 다들 놀라며 머야 3월 달력 엊그제 받은 거 같은데 ㅠㅠ라는 반응을 한다. 월말이 되면 나의 달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는 친구도 생기고 내가 카톡을 하기 전인 오전에

"혹 4월부턴 유료인가요."

라고 물어보는 친구인 팬도 생겼다.

"무료입니다. 근데 저녁에 보낼 거예요."

(안 그렸기 때문이죠)라고 바쁜척했다. 카톡으로 보내다 보니 순서가 밀리거나 저장한 이름이 달라서(컴퓨터와 폰에 저장된 이름이 다른 건 왜 그런가) 누락되기도 한다. 2월 달력 다음 바로 4월을 보내기도 하고 3월에 누란 된 친구는 내게 디엠 해서 다시 직배송받았다.

예의상 고마움을 표현하는 누군가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의 칭찬을 받고 좋아하는 이모티콘을 보니 응원 주세요 해놓고도 응원받으니 너무 좋다.


매달 모두에게 공개되는 그림을 그리는 건 힘이 드는 일인 거 같다. 돈 받는 일도 아닌데 더 힘이 가고 부담스럽다. 근데 그래도 좋다.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커피를 마시는데 폰배경화면이 다 내 그림이었다는 이야기가 너무 신났고

내 폰도 오빠 폰도 엄마폰도 배경화면이 내 그림인 게 신났다.

그리고 매달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마음이 조금은 그들을 신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

놀랍게도 매달 그림 실력이 조금씩 느는 기분이다.(나에게 관대한 편)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게 될지, 아니 결혼은 잘하게 될지. 이번 달은 어떻게 먹고살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긍정적인 비관론자가 된 내가 모두에게 꽃을 선물한다.

내 브런치를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꽃 받길 바란다.

우리 모두 올해, 이번 달, 오늘 행복하자. 정말 오늘은 지금의 행복은 영원한 게 아니니깐 올해 행복하자

훗날 꽃향기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친한 친구들한텐 꽃향기와 함께 나비도 보내고 싶다.


날씨가 좋은 요즘, 벚꽃이 예쁜 요즘.

황사 어서 다 사라지고 조심히 안전하게 살살 모두 꽃구경하면 좋겠다




이 그림을 저장하면 조금 더 쉽게 배경화면을 할 수 있어요


https://grafolio.naver.com/rohkongpage

이미지 다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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