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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hkong 노콩 Mar 28. 2022

엄마는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엄마 과잉보호하는 딸과 건강한 엄마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

내 인생에서 엄마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고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사람이다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며

본받을 점이 많은 오뚝이 같은 그녀이다



나는 이렇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인 딸이다







나의 엄마는 MBTI 가 뭘까 궁금하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걸 좋아했다

학창 시절엔 밥값으로 책을 샀고

나의 학창 시절엔 주말에 집 주변 도서관을

함께 3군데나 투어 했다

글씨를 아주 잘 쓰며

그림을 아주 잘 그려서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중학교까지 밖에 못 나올뻔했는데

전액 장학생으로 고등학교를 부산으로 유학 왔다

그 시절 공예고등학교(디자인고등학교)

그리고 미대를 나왔다 아직도 그림은 나보다 엄마가 더 잘 그린다

첫사랑 아빠와 함께 10년 정도 살았다

그리고 혼자 우리를 키웠다

할머니도 함께 우리 네 식구 10년을 더 살았다

미술학원을 하다가 옷가게를 했다

우리 동네 우리 엄마 옷가게는 미술관 같았다

봄이면 꽃으로 작은 가게의 마네킹 3개 주변을 꾸미고

가을이면 낙엽을 모아다가 가게를 꾸미고

겨울이면 솜으로 눈을 만들어 가게를 꾸몄다

참 예뻤다

그 시절 지금처럼 사진 찍기가 쉬웠다면 다 남겨놓았을 거 같다 아쉽다

옷가게를 하던 엄마도 브랜드 없는 동네 옷가게론 우리를 키우기 힘들어 영업일에 뛰어들었다


영업

화장품 방판 말이다

입술을 잘 그리는 우리 엄마는

화장품 방판을 했다


나의 유년시절 많은 시간을

그 방판 샘플 화장품에

엄마의 연락처가 담긴 스티커를 붙이는 일을

취미로 했다


그리곤 화장품이 보험으로 바뀌었다

난 명절 전 주가 되면 보험회사에 가서 수십 개의 명절 선물을 함께 포장했고 주말엔 가끔씩 엄마일을 도우며 갖가지 질병의 이름을 형광펜으로 그었다


그리고 엄마는 부동산업을 했다

지금은 일을 그만두었다

코로나로 인해 엄마의 회사는 눈에 띄게 가라앉았고 엄마는 크나큰 시련을 맞았다

신혼인 나는 참 나만 행복했다

나는 엄마의 시련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위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가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었고

나쁜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상하는 여러 가지 들이 내 머릿속에 떠올라

하루에도 몇 번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엄마의 시련을 깨달았을 땐

엄마가 청소를 했다

아파트 청소일을 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나가서 청소하는 아파트 옆 공원을 한두 시간씩 걸었다고 한다

끝나고 나서도 또 한두 시간

그래서 그런지 내가 엄마의 시련을 깨달았을 때

엄마는 건강해 보였다

매일매일 그렇게 공원을 걸었다고 한다

하늘과 산과 나무를 보며

그녀는 정말 건강해졌다




그녀는 그 후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아파트 청소에서 생선가게로 한정식집으로

일터를 짧게 짧게 옮겼다

일터에서 자주자주 잘렸다




엊그제 엄마를 만나니

요즘은 아침 5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집 위 공원으로 가서 한 시간을 걷고 내려와도 7시라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녀의 몸이 건강해진 게 눈으로 보이고

마음이 건강해진 것도 느껴진다


일이 잘 안 되어 큰 좌절을 겪었지만

지금 새로운 계획들에 두 눈을 반짝였다





엄마가 아파트 청소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

더 이상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서 좋고

아무 말 안 해도 돼서 좋다고 했다

아파트 청소는 그냥 간단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무엇을 해보자라고 권하고 싶었는데 60살이 넘은 엄마는

너무나 창창함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어디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

진짜 돈만 있음 카페든 음식점이든 하고 싶은 사업을 해보자고 말하고 싶지만 다행히 돈도 없다

(사업은 쉽나...)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먼저 좌절했다


우리 엄마 뭐하지?

우리 엄마 무슨 일 하면 좋을까?

우리 엄마 어떻게 하지?

.

.

.

너무 슬프다 우리 엄마




나의 쓸데없는 슬픔은

작업실에 들린 엄마와의 대답에서

해결이 되었다

엄마는 엄마의 길을 나보다 더 건강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진짜 잘 걸어가면서 몸이 튼튼해지고

꿈이 뭐고 하고 싶은 게 뭐였는 지를 떠올리며

일을 찾아가고 헤쳐나가고 있었다



엄마는 시련을 극복하는 법을 어디서 배우나

배웠나

이렇게 또 콩깍지가 생긴다

나도 힘들 때 고민될 때 걸어야겠다

나도 너무 어려울 때 무서울 때

건강하게 해쳐나가야겠다

걸어 나가야겠다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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