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팀 미팅을 갖는다. 각자 해야 할 일을 브리핑하고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공유하거나 의견을 주고받는다. 에디터 팀인 만큼 재밌게 본 광고나 책의 문구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조금 촌스럽지만 팀 구호를 외치고 자리로 돌아간다.
한 번은 팀 구호를 새로 정하기 위해 의견을 취합했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 ‘(주말까지) 2일만 버티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눈에 띄는 구호가 있었다.
영감님 오세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팀에서 가장 연장자인 팀장을 놀리는 걸로 착각했다. 구호의 뜻은 (글쓰기) 영감님 오세요.였다. '영감님이 오시면 한 시간 내로 글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영감님이 오시지 않으면 하루가 지나도 글을 다 못 쓰지 때문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상품의 특징을 살리는 글을 쓰는 게 우리 일인데, 할 때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경험이 쌓이면 몸에 익어 상품을 소개하는 게 쉬울 줄 알았는데,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이제 더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영감님을 기다린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표현들이 어딘가 숨어 있을 거라는 기대와 함께 말이다.
개인적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영감님이 오신 날이면, 쓰고자하는 주제와 소재가 뚜렷해져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글 하나를 뚝딱 쓰고 만다. 하지만 영감님은 정말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번 오실까 말까 한다.
언제 올지 모를 영감님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나름의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과 ‘메모하는 습관’이다. 작게는 날씨부터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 카페에서 얘기하는 연인, SNS로 확산되는 이슈 등을 보고 드는 생각을 스마트폰에 적어둔다. 간단하게 소재와 얘기하고 싶은 주제를 정리해 놓으면 나중에라도 글 한편을 쓰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
가끔 누군가 글쓰기 소재를 어디서 얻느냐고 묻는다. 나는 주로 출퇴근길이나 지금 읽는 에세이, SNS에서 찾는다. 퇴근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만약 나라면?’으로 대입해보고, 에세이를 통해 사물에 대한 다른 관점들을 배운다. SNS를 통해선 지금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쓰기 소재는 멀리서 찾지 말자.
오히려 멀리 있는 것은 글쓰기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을 소재로 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면, 언제 올지 모르는 영감님을 전전긍긍하며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같이 생각해 보기. 자신만의 '영감님을 모시는 방법'이 있나요?
다음 매거진의 글은 공심 작가님의 <글쓰기는 나를 극복하게 한다>입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른 채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면,《매일 쓰다 보니 작가》 글을 추천드립니다. 6명의 작가들이 전하는 글쓰기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매거진 구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