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살아낸 시간들
“이 집 커피 참 맛있네요.”
누군가를 데려올 때마다 듣던 말이었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아껴둔 보석을 조심스레 꺼내 보여주는 듯,
늘 마음 한쪽을 환하게 밝혔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다.
늘 함께 왔던 이곳에, 처음으로 홀로 앉았다.
1.5층 구석, 작은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가 커피를 주문했다.
잠시 몸을 움직이는 사이, 어깨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래서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한쪽 벽에 기댄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큰 현관문이 보였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묵직한 문.
언제라도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만 같았다.
문 위의 창에는 계절이 멈춘 듯 풍경이 걸려 있었다.
함께였다면 놓쳤을 장면.
혼자였기에 비로소 선명하게 다가온 풍경이었다.
진동벨이 조금 더 늦게 울리기를 바랐다.
요란하지 않은 고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평온.
그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나의 시선은 오롯이 나를 향했다.
오늘도 이식받은 신장은 다정하게, 묵묵히 뛰고 있었다.
마치 잠시라도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살며시 내어주는 듯했다.
이식 이후의 삶에서,
그저 평범한 하루 속의 아주 작은 기다림마저
‘감사’라는 이름으로 쌓였다.
커피를 기다리는 사이
나는 나를 만났다.
익숙한 일상 속 작은 틈새.
그 작은 빈자리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