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내 바다를 건너는 중

치유를 넘어서 : 마음의 회복

by 류서윤

부산에서 태어나 내 삶에는 언제나 바다가 있었다.


학교를 빠져나와 달려간 해변, 교복 안에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고 파도에 몸을 던지던 날들.

MT장소는 늘 바다였고 동기들과 수건을 돌리며 깔깔대던 여름밤이 이어졌다.

그때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어린 날 가장 가까운 위안이었다.


그러나 스물여섯의 겨울, 신장이 멈추고 의식이 희미해졌다.

차갑고 무정한 기계에 의지해 겨우 숨을 이어가던 순간,

파도가 얼마나 쉽게 삶을 휩쓸어갈 수 있는지 온몸으로 알았다.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는 그날 이후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세찬 바람이 뒤흔들리는 파도 소리는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고요한 날에도 보이지 않는 폭풍의 흔적이 다가올까 겁이 났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 아래 감춰진 깊은 울림이 터져 나올지 두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바다를 멀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바다는 달라진 게 없었다.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물결을 이어가고 있었다.

흔들린 건 바다가 아니라 내 마음뿐이었다.


상실도, 회복도 결국은 내 안에서 만들어 낸 파도였다.

작은 기쁨이 잔잔한 물결이 되기도, 사소한 고통이 폭풍처럼 일렁이기도 했다.

그 물결들이 모여 지금의 바다가 되었고 그 바다는 나를 더 깊게 만들었다.


이제 바다는 다시 위안이 된다.

흔들릴수록 깊어지고, 아플수록 넓어지는 바다.

그 품 안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회복해 간다.


오늘도 나는 내 바다를 건넌다.

누구의 것이 아닌, 나만의 바다를.

조용히, 단단하게.

그리고 조금은 씩씩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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