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나를 꿰매는 시간

기록으로 살아낸 시간들

by 류서윤

이식 후의 삶은 단순히 '다시 살아났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내 몸속에 자리 잡은 아버지의 신장은 언제나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매일 아침 약을 삼키며 수술 자국에 손끝을 올린다.
그 부드럽게 이어진 상처는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사랑이 남긴 자국이었다.


아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은 몸의 균형을 흔들었고, 피로와 통증은 불청객처럼 불시에 찾아왔다.

그럴 때면 억울하다는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손에 가득 쥔 약을 던져버리고 싶었다.


잊었다고 믿었던 오래된 기억들이 겹겹이 쌓여 분노로 번지고, 원망으로 흐르다 끝내 자책으로 내려앉았다.

자책은 무기력으로 굳어, 다시 억울함의 자리로 나를 데려갔다.

감정의 쳇바퀴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나를 갉아먹는 칼날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종이와 펜을 집어 들었다.

‘억울하다’는 말만 천 번 써도 괜찮았다.

아무 책이나 펼쳐 한 문장을 베껴 적어도 괜찮았다.


글자를 꾹꾹 눌러쓰다 보면 허기가 찾아왔다.

그럴 땐 부엌으로 가 찬물에 밥을 말아 꼭꼭 씹어 삼켰다.

차가운 밥알은 울컥하는 마음을 잠시 눌러주었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을 힘을 내게 했다.


그렇게 돌아온 종이 위에는 찢긴 마음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 조각을 이어 붙이며, 조금씩 나를 꿰매고 있었다.

찢어진 천의 실밥을 맞추듯, 삶의 빈틈을 하나씩 메워 가며.


그 과정에서 알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신장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늘 내 안에서 함께 뛰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나는 나를 꿰매며 살아간다.


이렇게 버텨낸 하루가 쌓여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다시 나를 지킨다.




<나의 기록>


부지불식간에 억울함이 치밀어 오를 때가 많았다.
청춘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억울함인지,
일상마다 제약이 많은 삶 때문인지,
아니면 평범한 일조차 한 번 더 멈춰 생각해야 하는 시간들 때문인지.

샤워를 하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TV를 보다가도 문득문득 그 감정이 올라와 숨이 막혔다.

그런데 그 부정적인 마음을 계속 안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되어 내 병을 더 악화시킬 것 같았다.

‘원인 모를 병’이라 불렸기에, 혹여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억울함을 다른 말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약을 삼키면서는 ‘이건 비타민이야’라고 속삭였고,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되뇌었다.

그리고 결국, 그 억울함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첫 기록이었다.



이전 12화3(2). 살아내는 두 번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