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살아낸 시간들
오전 11시, 그리고 밤 11시.
하루에 두 번, 생명을 붙잡는 알람이 울린다.
그때마다 나는 면역억제제를 삼킨다.
이름부터 생존의 조건처럼 차갑고 단단한 약.
아버지의 콩팥을 내 몸이 이물질로 오해하지 않도록,
면역에게 조용히 신호를 보내는 방패다.
이 방패는 공복에서만 제 역할을 한다.
약을 먹기 전 2시간, 약을 삼킨 뒤 2시간.
그 사이엔 물 한 모금조차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9시부터 공복을 준비하고,
11시에 약을 삼킨 뒤 정오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자연스레 오전엔 중요한 약속을 잡지 않게 됐다.
그 ‘공복의 시간’ 속에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배고픔에 예민해진 몸은 문장에도 예민해졌다.
글을 쓰지 않던 날엔 공복이 유난히 길고 버거웠지만,
글을 쓰는 날엔 그 시간이 가장 고요하고 단단해졌다.
나의 11시.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는 평범한 시각이지만
내게는 생명을 이어주는 시간이고,
문장을 적어내는 시간이며,
삶의 맥박처럼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약속이다.
이식 이후의 삶은 계획표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그 정해진 틀 안에서
문장을 쓰고, 마음을 다독이며, 사랑을 기억한다.
하루 두 번, 빈 몸에 감정을 채우며
나는 다시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