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과 죽음 사이에서

프롤로그

by 류서윤

숨과 죽음 사이에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삶은 언제나 예고 없이 무너졌다.
스물일곱, 투석실 침대 위.
머리맡 기계의 요란한 신호음을 들으며
나는 매일 죽음과 눈을 맞췄다.


살고 싶었다.

그러나 차라리 끝나길 바라는 순간도 있었다.
몸은 무너지고, 마음은 갈라졌다.
그럼에도 하루는 이어졌다.



끝나지 않는 약봉지 속 시간도,
삶을 갉아먹는 침묵의 병도,
결국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나는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아픔만으로는 내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 없다.


내가 살아낸 날들,
그 속에 깃든 눈물과 다짐, 웃음과 사랑.
그것이 나를 이끌어왔다.



이 책은 병의 기록이 아니다.
죽음의 두려움 속에서 발견한 삶의 무게,
가장 가까운 사랑이 건네준 숨결
그리고 살아냈기에 써낼 수 있었던 시간의 글이다.


나는 한때,

세상이 몰라주는 서운함 속에 무너져 내리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세상이 몰라줘도 괜찮다는 것을.


내 삶은 내 숨으로, 내 글로 증명된다.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 바란다.


아픔과 상실, 불안과 두려움이
삶을 무너뜨리려 할 때,
잠시라도 이 글에서 숨을 고를 수 있기를.


숨을 고른다는 건

잠시라도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지금,

나는 역시 여전히 살아내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 삶은 이미 조용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