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그 새벽, 용기를 보다

경계 위의 시간들

by 류서윤

살아야 한다는 결심은, 요란하지 않았다.
거창한 다짐도, 극적인 순간도 없었다.


그건 마치 깊은 물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숨처럼
조용히 다가왔다.


병실의 불은 모두 꺼져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수면제도, 고요한 밤의 어둠도
내 불안한 눈꺼풀을 감기게 하지 못했다.


응급실에 실려 온 날부터,
그리고 내일 이식 수술을 앞둔 지금까지
몸은 꺼져가는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신장은 이미 제 역할을 잃었고,
요독으로 무거워진 몸은
스물일곱의 청춘을 백 살 노인처럼 지치게 만들었다.


며칠 전, 어머니의 장기를 이식받고도
며칠을 버티지 못한 환자의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내일,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죽음은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두려웠다.
한쪽 콩팥을 내어주고도
내 딸을 잃게 된다면,
그 무게를 어떻게 견딜까.


내일 내 안으로 들어올 아버지의 콩팥은
얼마나 버텨줄까.
혹시 이식의 부작용이 나를 더 무너뜨리진 않을까.


두려움, 미안함, 죄책감,
그리고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한데 뒤엉켜
심장은 어지럽게 뛰었다.


그렇게 긴 밤이 흐르고, 새벽이 찾아왔다.
짙은 어둠 속, 어디선가 희미한 속삭임이 들렸다.
“용기를 내야 해.”

그 목소리는 분명 내 안에서 울려 나왔다.


혈압을 재러 들어온 간호사가 문을 열었을 때,
연한 달빛이 병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은 조용히 어둠을 가르고
상처 난 마음을 어루만졌다.


나는 눈을 감았다.
짧은 단잠 속에서
두려움에 묶여 있던 나를
희망이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 순간 알았다.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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