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스물일곱의 하루

경계 위의 시간들

by 류서윤

스물일곱의 하루는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끝났다.


문이 열리자 피와 소독약 냄새가 폐 깊숙이 밀려들었다.
그 순간 젊음은 지워지고, 나는 곧장 ‘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차갑게 식은 침대 위에 누워
피가 인공 신장을 왕복하는 동안
시간은 멈춘 듯 고요했다.
기계가 내 심장을 대신해 뛰고 있었고,
나는 그저 그 고요 속에 묶여 있었다.


창밖에서는 꽃이 피고 있었다.
계절은 봄이었지만,
내 계절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청춘의 속도는 내게 닿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꿈을 향해 달렸지만,
나는 병원 침대에 묶인 채
하루의 페이지를 간신히 넘겼다.


내 청춘의 한 장은 빛나는 기록이 아니라,
죽음 곁에서 연장된 페이지에 불과했다.


병원 복도 어딘가에서 또래의 웃음소리가 흘러왔지만,

그 웃음은 끝내 내 나에게는 도착하지 않았다.




<나의 기록>


응급 카테터는 목에 삽입됐다.
동맥관을 찌르자 피가 쏟아졌고, 대학병원 의사들은 서로 미루며 우왕좌왕했다.

환자인 나는 더 큰 공포 속에 던져졌다.

뽀얀 살을 찢어 굵은 관을 목에 심었다. 그걸로 평생 살아야 한다니, 비참함이 밀려왔다.

목과 심장은 가까웠다.

투석 기계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경보음을 울렸고, 내 심장은 겁에 질린 듯 미친 듯이 뛰었다.

혈압은 오르락내리락했고, 합병증이 쏟아졌다.

내 몸은 너덜너덜 걸레가 된 듯했고,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순간,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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