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위의 시간들
차라리 모든 걸 멈추고 싶었던 밤이 있었다.
‘죽고 싶다’는 말은 너무 얕았다.
그건 드라마 속 마지막 대사 같았다.
내가 바란 것은 죽음이 아니라, 종료.
기계 전원이 꺼지듯
아무 일도 남기지 않고, 고통도 없이
그저 조용히 정지하는 상태.
나는 혈액투석을 멈추고 싶었다.
고통은 여기서 멈추라며 몸이 절규했다.
피 한 방울의 온기까지 차가운 관을 따라 흘러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
사람마저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되는 4시간.
스물일곱의 내 삶은
일주일에 세 번, 시간 단위로 기계에 임대되고 있었다.
장기들은 비명을 지르고, 관절은 불타듯 쑤셨다.
위장은 뒤틀렸고, 머릿속은 무자비하게 요동쳤다.
무기력은 고통보다 더 집요했다.
정신은 멀쩡했으나,
그 선명함이 오히려 통증을 더 또렷하게 드러냈다.
그래서 나는 ‘죽음’이 아니라 ‘종료’를 상상했다.
재시작도, 업데이트도 없는 완전한 종료.
그저 모든 것이 정지된 화면처럼
아무것도 더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
병원 침대 위에서 나는 속삭였다.
“그만하자.”
그 순간, 혈액투석 기계가 주황색 경보음을 울렸다.
마치 내 의지를 조롱하듯
생각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요란하게 울어댔다.
서로의 쇠사슬에 묶인 우리는
각자의 심장 속을 돌고 돌아
뜨겁게 이어지고 있었다.
종료를 상상하는 동안에도
기계는 생존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그날도 나는 끝내 살아 있었다.
<나의 기록>
그때 나는, 잠깐이라도 아프지 않은 하루를 선물처럼 붙잡고 싶었다.
의사들은 담담히 “투석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투석은 지옥 같은 고통이었다.
나는 그 간극에서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