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스무 살 끝자락

기한 속에 버티는 법

by 류서윤

햇살이 가장 눈부셔야 할 스무 살 끝자락.

내 청춘은 물기 잃은 꽃잎처럼 서서히 말라갔다.


병원을 나와 지하철에 오르자 창밖 풍경이 물속처럼 흐려졌다.

사람들의 얼굴도, 건물의 불빛도,

마치 유리창 너머의 낯선 세상처럼 아득했다.


반대편 유리에 비친 얼굴이 내 것 같지 않았다.

‘왜 하필 나일까?’

‘무슨 큰 죄를 지어서...’

답 없는 질문들만 가슴속에서 흘러넘쳤다.


의사들은 확실한 말을 주지 않았다.

진단명 앞에 쓰인 네 글자. ‘원인 모를.'

모호한 낙인이 내 몸에 찍히는 순간,

청춘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스무 살 청춘은 사라졌고

나는 지옥의 입구를 먼저 밟아버린 사람 같았다.


유리 속 얼굴은 ‘죽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고,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죽을 수 없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내일은 아버지의 신장이 내 몸에 들어올 수 있는지 검사하는 날.

죽을 수 없기에 살아야 했고,

살아야 했기에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마름의 시간은 지금도 내 안에서 흔적처럼 남아,

청춘을 바라보는 눈빛을 오래도록 흐리게 했다.


병이 내 몸을 허물어뜨릴 때,

서운함은 마음에 균열을 냈다.

그 균열 속에서 청춘은 더 빠르게 부서져 갔다.




<나의 기록>


“원인 모를... 사구체염으로, 콩팥 기능이 20%가량 남았습니다."


의사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 귀에는 사형선고처럼 울렸다.

믿지 못했다. 곧장 부정했다.

다른 병원에 다시 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이미 수없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온 결과가 내 몸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왜 원인이 없는 걸까? 이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억울했다.


그날 이후, 내 삶은 정말로 시한부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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