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확실한 오늘을 쓰며, 나를 위로한다

기한 속에 버티는 법

by 류서윤

“남의 죽을병보다, 내 손에 박힌 가시 하나가 더 아프다.”


처음엔 잔인하게만 들렸던 말이, 오래 지나니 이해됐다.
아픈 건 몸이었지만, 서운함은 내 마음에서 자라났다.


투병 초기에 가장 기다린 건 단순한 한마디였다.
“몸은 괜찮아?”
“요즘 잘 지내?”


그러나 그런 질문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연락이 없다는 이유로, 안부를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리어 내가 무심하다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돌이켜보면, 먼저 ‘괜찮아’라고 말해버린 건 나였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내 고통을 감췄던 것이다.


서운함의 뿌리는 타인의 무심함이 아니라
내가 쌓아 올린 기대였다.
그 기대가 부서질 때마다 상처는 더 깊어졌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남에게서 위로를 구하지 않기로.
진짜 위로는 내가 나에게 건네는 것임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으니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어디가 고장 난 건지조차 헷갈린다.


오전에 마신 드립커피는 꿀 향처럼 달콤했는데,
오후에 같은 커피는 신문지 냄새가 났다.
어제까지 위로처럼 들리던 노래가
오늘은 거슬려 재생목록에서 지워졌다.


사소한 것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한다.
변덕스러운 게 나인지, 삶인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오늘도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쓴다.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묵묵히 써 내려간다.


딸아이 동화책을 억지로 읽다 보면
팔은 뻐근해지고 어깨는 결린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긴 한숨 속에서 오늘의 슬픔은 조금 빠져나가고,
새로운 숨이 천천히 들어온다.


나는 여전히 모른다.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지,
무얼 잘하는 사람인지.


그러나 이제 안다.

서운함에 무너지던 시간도,
슬픔에 잠기던 순간도,
결국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한 시간이었음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쓴다.
오늘을 기록하며, 오늘을 살아낸다.


확실한 건 여전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단 하나.
나는 내일도, 나를 위로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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