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르는 그 힘겨움은
늘 아무 예고 없이 나를 덮쳐 온다.
잊겠다고 다짐한 날에 가장 선명하게...
정말
절규로 토해내야만 사라지는 걸까?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를
나의 모자란 마음을 도려내려면
정말 생살을 찢는 고통이 필요하기라도 한 걸까?
흐릿하게라도 나와 주면 좋겠다.
그러니 제발,
선명하게 떠오르지 말아 다오.
샤워를 한다.
몸에 닿았던 물과
힘겨움이 함께 쓸어가기를 바라며
노래를 한다.
꾹꾹 눌러 담은 음정 사이로
그때의 순간들이 흘러 빠져나가길 바라며
명상을 한다.
기억을 덮을 수 있다면
조금은 공허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바래진 잎사귀는 떨어져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새파란 것이 돋아나는데
나는 왜 아직 나무가 되지 못하는 걸까?
신의 눈물로 만들어진 사람이라서
평생 슬픔의 물기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버겁게 나의 정원을 가꾸며 살아내는 지금,
불현듯 스며오는 그때의 고통을
뿌리치고, 또 뿌리치고
끝내 떼어내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허물고, 부시고, 쳐낸 뒤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모래성이
내 기억이라면
나는 아마
그 모래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