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재능이라는 불편한 사실 받아들이기
어릴 적, 가늘고 길게 그저 오래 살고 싶다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짧고 굵게 살아도 천재로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만큼 나는 너무도 평범한 내가 싫었다.
TV를 보면 어린아이가 어른보다 노래를 더 잘하고, 그림도 전문가보다 더 잘 그리며 천부적인 천재성을 보이는데, 이런 사람들이 꽤나 부러웠다. 하지만 어중간한 재능은 이런 천재적인 사람들의 능력과는 많이 달랐다.
지금도 지극히 평범하게 대한민국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 3,892,321번째 사람이다. 이런 나는 어중간한 재능이 참 많다. 그림도 어중간하게 그리고, 글도 어중간하게 쓰고, 악기를 배워도 어중간하게 잘한다. 무언가를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못하는 것도 아니기에 쉽게 포기하기도 힘들다. 어릴 적부터 이런 어중간한 재능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데 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미술을 배울 때 재능은 있어 보이니 예고를 준비해 보자고 했던 선생님. 플루트를 배울 때도 재능이 있어보니이 음대를 준비하자던 선생님.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재능이 있어 보인다. 소질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기에 미련 없이 떠나보낼 수 없어 질질 끌다가 시간만 버린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때, 이런 어중간한 재능은 없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하며, 어중간한 재능을 한 개의 재능으로 몰아주기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어중간한 재능도 꾸준한 시간을 투자하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인내심으로 차근차근 그 실력을 쌓으니 나의 능력이 된다. 경력이 쌓이며 자연스레 향상되는 나의 기획 업무능력 외 어중간하게 할 수 있는 마케팅과 디자인 능력은 부가적인 능력으로 주변에서 나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나 스스로도 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업무에서 뿐만 아니라 어중간한 재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갔을 때 홈파티에 초대해준 집주인에게 그 날의 시간을 그림을 그려 감사 표시를 했고, 집주인은 너무 즐거워하며, 그림을 출력해 집안에 액자로 걸어두었다. 그리고, 결혼하는 친구들에게 나의 일러스트 그림을 선물하면 모두 한결같이 정말 좋아하는 그 모습에 나 또한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은 그 어중간한 재능을 나의 능력으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능력으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 중이다. 물론 한 가지, 또는 두 가지의 전문성이 필요로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학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음이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더 느낀다. 전문성을 위해 이전부터 해오던 것도 놓지 말고 진행하면서, 어중간한 재능이라 치부했던 것들을 인정하며 느리지만 천천히 발전시키고 있다. 지금은 어릴 적 어중간한 재능은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어중간한 재능조차 없었다면 뭐 하나 특출 나지 못한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했을지라는 생각을 한다.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덕에 다양한 것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나도 언젠가는 2개, 3개의 직업으로 활동하는 만능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너무 미워서 버리고 싶었던 그 어중간한 재능으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