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처럼
동생이 결혼하기 전까지 나는 동생과 잠도 같이 자고, 출퇴근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혼자 해본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모든 것을 동생과 함께했다. 아마 쌍둥이인지라 더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나는 혼자 밥을 먹을 시간이면 그냥 굶고 말았기에,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 당시 먼저 취업을 한 동생과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잠깐 일을 하고 있던 나. 버스에서 동생이 나에게 “언니, 유럽여행 안가? 취업하면 이제 여행 갈 시간도 없을 텐데?”, 그 말에 나는 “여행, 가야지!” 대답을 했고, 졸업과 업무의 마무리 사이에서 너무 정신이 없고, 피곤했기에 아무런 생각도 계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비행기 출발 날짜가 나가 오고, 나는 첫 여행의 설렘과 걱정을 안고 공부하듯 밤을 새 가며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40일간의 유럽여행이 나의 첫 여행이며, 첫 유럽여행이었다. 하지만 처음이라 뭐든 다- 보고 싶은 욕심으로 온갖 랜드마크를 시작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빽빽하게 스케줄을 짰고, 지금 생각하면 어린 시절의 열정이라고나 할까. 그 빽빽한 스케줄을 거진 다 소화하고 여행을 다 맞췄다. 여행을 하면서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더 많이 먹고 다녔지만 너무 많이 걸어 다녀서 살이 빠져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던 첫 여행. 그러나 그 찬찬히 돌아보면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관광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정말 여행을 한다. 여행을 가서 관광명소를 열심히 찾아다니기보다는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 한 두 군데만 정해놓고, 나머지 시간은 목적 없이 정처 없이 거닐며 도시를 느낀다. 그 도시만의 골목골목을 구경하다 보면 여행책자나 블로그에서도 접하지 못한 플리마켓을 만나다던가 운이 정말 좋아 현지인의 대접을 받을 때도 있다.
사람보다 날씨에 민감해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여행을 할 때, 하늘을 본다. 구름을 보고 자연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한국의 하늘, 구름, 새, 바람을 생각해 보려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밤늦게 까지 야근을 하며 하늘 한번 올려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온 어느 날의 출근길. 한국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내가 매일 타는 지하철도, 내가 매일 보는 하늘도, 내가 매일 보는 한강도 감동으로 다가오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그럼 나도 한국에 여행 온 기분을 한 번 내볼까!라는 마음을 먹었다.
어느 여름, 퇴근길 2층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우연히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내 마음이 설레며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한 번 이런 기분을 맛보자, 설렘을 느끼기엔 너무나 익숙했던 것들도 새롭게 보였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못하더라) 그렇게 나는 일상을 여행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래서 팍팍한 일상 속 한번 더 웃음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을 한번, 두 번, 세 번 할 때마다 얻어지는 것이 매번 다르다. 그래서 나는 또 여행을 할 것이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라며, 다음 여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