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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an 09. 2021

마음을 위로하는 따뜻함, 글쓰기

Prologue 1: 글에 담는 나를 향한 위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아간다.


  언제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 그 이유는 제각각이다. 삶이 건네는 시련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상처가 생긴 시기도 그 생김새도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도 있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다 얻은 경우도 있다. 비단 큰 상처가 아닐지라도 원하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슬픔이라든가 연인과의 결별이라든가 가족과의 다툼 등 미세한 균열들 역시 마음에 작은 생채기를 남긴다. 사랑이 혹은 행복이 깨어지는 순간, 즉 평범한 일상이 잠시 멈추는 순간에 남는 흔적인 것이다.


  아픔을 대하는 방식도 아픔의 모양만큼이나 다양하다. 모두가 아는 슬픔을 홀로 견뎌내는 사람도 있고 남 몰래 슬픔을 그러안고 속으로 삭이는 사람도 있다. 막 칼에 베인 순간엔 안의 피가 배어나오며 고통을 느끼지만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둔 채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노라면 어느 순간 고통도 상처도 사라져있다. 어떤 때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또 다른 때에는 진한 흉터가 남는다. 흉은 아픈 기억과 함께 몸에 박제가 된다. 하지만 흉터가 남아도 삶은 지속된다. 비록 전과 같이 온전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아팠던 자리에 자라난 새살이 남은 미래의 시간을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처가 쉽게 치유되는 건 아니다.


  상처엔 아무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고통을 줄이고 재생을 돕기 위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때로는 상처가 생긴 자리에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곪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치료에 걸리는 시간과 고통이 더 해진다. 환부의 아픔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진통제가 필요하다.


  고통의 크기에 따라 진통제의 세기도 달라진다. 그런데 '진통'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지표화할 수 없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 진통제 처방이 내려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똑같은 사건에도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여기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고통으로 느끼기도 한다.


출처: 에듀진


그래서 각자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대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한다. 그들이 느끼는 답답함과 무기력함은 일반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게으름을 천시하는 경향이 오랫동안 있어온 터라 수동적이고 무력한 사람에 대해 못났다는 낙인을 찍곤 했다. 마음에도 병이 들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건 오래지 않은 일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많이 듣는 조언 중 하나가 어쨌든 몸을 일으키고 움직이는 것이다. 매일 특별한 일 없이도 꾸준히 시간에 맞게 생활하는 것. 일정한 시각에 잠들고 일정한 때에 눈을 뜨는 것. 그런 단순한 일과를 반복하는 게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 것보단 몸을 쓰는 게 좋고 잡생각이 나지 않도록 일정한 루틴에 따라 생활하는 게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한다.


  많은 의사들의 조언과 같이 적절한 신체활동이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흔히 상담이 더 먼저가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남들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 일 또한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또한 자신의 내면의 민낯을 보는 건 스스로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무탈하게 평범한 하루를 살아냈다는 것에 작은 성취감을 얻고 그런 날이 연속되어 소소한 행복감을 차곡차곡 쌓는 게 더 중요하다.


  나 역시 마음이 무거운 날엔 밖엘 나가서 무작정 걷기도 했고 아무 음악이나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했다. 긴장감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몸을 쓰는 게 훨씬 좋은 효과가 있었다. 잡념을 지우고 싶을 때에도 머리 속으로 계산해야 하는 일보단 단순한 작업이 도움이 많이 됐다. 예를 들면 종이접기 같은 것들이 그렇다. 생각 없이 한 동안 손을 꼼지락 거리고 나면 기분도 한결 나아져 있었다.


출처: GS칼텍스 미디어허브


내게 가장 맞는 방법은 글쓰기였다.


  물론 워낙 활동적인 성향이라 가만히 있는 걸 못 참곤 하지만, 매 순간 원하는 만큼 움직일 수는 없었다. 춤을 배우면서 안 됐던 동작들 하나하나를 완성하고 뿌듯함을 느꼈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좋은 에너지가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항상 채워지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때론 남에게서 부정적인 영향도 받았고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 모든 동작이 완성된 춤을 영상으로 찍고 보니 한참 부족한 실력이었다는 걸 깨닫곤 부끄웠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내가 깨우쳐야 하고
위로하는 법 또한 남에게서 구할 수 없다.


  속 마음을 터 놓을 사람이 늘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전부 털어놓을 수도 없는 법이다. 또 털어놓은들 남이 나를 온전히 공감해줄 수는 없다. 나의 경우 어릴 때부터 생각이 잡다하게 많은데 비해 친한 친구가 몇 없었던 나는 말 하고 싶은 욕구를 글쓰기로 풀어냈다. 걱정거리가 생기면 여러 날에 걸쳐 고민을 하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답을 내고 말았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흐트러진 생각과 어지러운 마음을 글에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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