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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an 14. 2021

퇴근하고 글을 쓰는 이유

내 삶과 생각에 대해 기록하고자 한 마땅한 결심

남들이 주식대박을 외칠 때 나는 작가가 되길 꿈꿨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 글쓰기와의 인연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다. 때론 성적 때문에 글을 쓰기도 했지만 대체로 나는 글을 통해 내가 가진 생각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했다. 양념을 적당히 버무리면 글에서도 좋은 맛이 났다. 그런 글의 매력에 빠진 뒤로 나는 글과 오랜 세월 함께 했다. 한 때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편지'를 꼽았을 정도로 나에게 글이 갖는 의미가 컸다. 활자 그 이상의 가치, 즉 마음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사랑스러운 도구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글을 쓸 거야.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쓰다보면 작품 하나 나오겠지.”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날 이런 생각을 했다. 이왕 글을 쓰기로 했으니 목표를 정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시간이 흐른만큼 내 나이도 들어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원숙해지는 만큼 글에도 깊이가 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장에 돈 버는 데 골몰해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을만큼 나만의 색깔이 돋보이는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10년이 지난 뒤에도 실력이 형편 없다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이 다짐은 10년까지만 버텨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10년 안에는 무슨 일이든 내보자 하는 기대감이 깃들어 있다. 뚝심있게 버티다보면 그럭저럭 성과를 내는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 것이다. 그 때까지는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도 꾸준히 애정을 갖고 노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산다는 것, 그것은 치열한 전투다   -로망 로랑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모두 재테크와 투자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맺는다. 우스갯소리로 저들끼리 떠드는 말이지만 제2,3의 워렌 버핏으로들 살고 있다. 때론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따라 일이 뒷전이기도 하다. 그 만큼 재테크에 대한 고민이 그들의 일상 속 깊이 녹아 있다. 근로소득만으로 평생을 버티려 한다면 남들과의 경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더 늦기 전에 나도 뛰어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공연히 불안해진다. 그러다가 '남들의 뒤꽁무니조차 따라가지 못하면서 쓸데없는 꿈은 가졌구나' 하는 자괴감에 휩싸이곤 한다. 주식으론 껌값이나 커피값은 벌어도 글 써서 남는 게 없다. 남들처럼 투자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 내 자신이 바보같다고 생각이 든 게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특히 번듯하게 잘 살고 있는 일부 주변 사람들을 보며 한 없이 마음이 일렁였다. '나는 이 모양 이 꼴인데 너는 참 변함없이 잘 먹고 잘 사는구나. 노력을 그만큼 한 걸까? 내가 게으른 탓에 오르지 못한 나무였을까? 아니, 사실 애초에 나와는 비교가 불가능한 든든한 배경이 있어서 그렇겠지. 공정하다 믿는 경쟁은 사실 누군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전쟁터에 불과한 거니깐. 그럼 나는 대체 뭐가 잘난거지? 쟤보다 낫다는걸 어떻게 증명해낼 수 있는거지?' 하는 식의 생각이 꼬리를 물 때면 공감이나 위로가 다 무슨 소용일까 하는 허탈한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우울함과 박탈감조차 글을 쓰면서 쫓아냈다. 글이 다 무슨 소용이랴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나는 결국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것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한 것도 글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뭐라도 끄적였다. 남들에게 쉽게 터 놓을 수 없는 이야기도 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도 적었다. 외롭고 서러운 순간에도 글에다 한껏 그 감정을 토해냈다. 그렇게 불안한 심리를 애써 잠재우며 살아왔다. 그게 내가 가장 익숙한 방식이었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위로하는 가장 쉽고 편안한 방법이었다.



이왕 시작하기로 한 거 무라도 베고 싶었다.


  글에 담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았다. 머릿 속엔 다양한 주제와 글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능력이 되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뭘 써야할지 막막한 순간도 있었다. 결국 가장 표현하기 쉬운 나의 일상에 대해 주로 쓰게 됐다. 타인에게 지루함을 주었다면 실패한 글쓰기이기에 최대한 나만의 특색과 매력이 돋보일수 있게 노력했다. 한편 남에게 공개한다는(독자가 생긴다는) 사실이 긴장되기도 설레기도 했다. 괜한 한 마디로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이 평범하게 지날 뿐 특별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는 사진처럼 나의 평범한 일상도 특별해 보이도록 잘 편집해야 했다. 평범함을 평범하지 않게 그리는 일은 쉽지 않다. 겪었던 에피소드를 가공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잘 전달하는 건 꽤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그래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이나 깨달음이 있으려면 글에도 그를 자극할 힘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에게도 내 글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주제와 남들이 관심있는 주제가 명확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온 힘을 다해 기록한 내용이 외면을 받는 때에는 힘이 빠졌다. 반대로 별 생각없이 썼던 내용이 크게 관심을 받으면 고개가 갸우뚱했다.


   그런 한편 차별화된 나만의 주제의식을 갖기 이전에 나에게 어떤 생각이 있고 그걸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결국 처음부터 철저히 글감이나 주제를 기획하기보단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영감을 바탕으로 여러가지를 시도하게 됐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주제를 폭넓게 다루었다. 아직까진 크게 성공적이랄 게 없는 상태지만 내가 어떤 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지를 알게 됐다.


  


한 동안 쏟아낸 이야기는 30년 가까운 세월 응축해온 내 사고의 총집합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을 다해 기록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았을 때 더 빛나기를 바랐다. 겉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를 오가며 나는 내 삶의 일부 명장면을 멋드러지게 그려냈다. 하지만 글쓰기가 다시 어려워진 순간이 찾아왔다. 글감이 바닥났다기보단 방향을 재정비할 타이밍을 만난 것 같다. 그 동안 기분이 내키는대로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신나게 풀어냈다면, 이제는 한층 더 깊은 생각을 담아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하게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혜안을 길러 더 많은 지식을 응축한 내용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려면
나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언젠가 내 장단에 맞춰 함께 춤춰줄 이들이 있을 거라 믿는다. 쉽지 않은 기적일 수 있지만, 그 날이 오기까지 꾸준히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나와 내 삶을 사랑하리라. 꾸준히 애정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두드릴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다.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 별은 너에게로, 박노해



*앞으로는 조금 천천히 글을 남길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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