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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Apr 17. 2021

가볍게 쓰는 일기 _16

끄적이는 오늘의 생각,

“요즘 들어 일이 많지도 않은데 괜히 피곤해.”
“맞아요. 사실 저도 그래요.”


나만 겪고 있는 문제인줄 알았는데 다른 팀원도 온종일 그냥 앉아 있는 게 힘들다고 했다. 무료한 하루를 보내다보면 온갖 생각들이 머릿 속에 쏟아진다. 바쁠 때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것들이 세세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당장 급하지 않은 일조차도 큰 걱정거리로 와닿는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잡생각이 마음을 좀 먹는다.


확실히 일이 너무 많아도 문제, 너무 없어도 문제인 게 맞다. 원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데는 일이 적고 많고를 불문한다. 일이 많아 생기는 고단함도 일이 적어 생기는 스트레스도 모두 지치는 일이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상황에 반기를 들고 바꾸려 애쓴들 크게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다 이직을 결심했다.


그 결심에 이르기까지 여러 날 밤을 고민으로 지새웠다. 전에 공부가 지긋지긋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며 호언장담을 했었다. 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좋은 이곳에서 오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인생에서 끝이라고 믿었다.


그런 내 예상과 달리 나는 항상 내가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의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많은 내가 별나다고 생각했다. 한편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이바지가 되며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그 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만 더 깊어졌다.


남들처럼 변화에 무심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살 수 있었다면 무척 행복했을것 같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머물러 있는 데도 기쁠 수 있다면 이 직이 천직이다 생각했을것 같다. 그러나 별다른 의심의 여지도 없이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살기에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뭘 더 하면 좋을까?’하는 끝없는 갈증에 시달렸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직업을 갖기로 한 건 어쩌면 내 인생에 내가 낸 가장 큰 오답일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평생을 함께 하게 될 거라 생각한 조직에 대한 옅은 애정과 여기까지 오는데 들인 노력들 그리고 내가 허공을 떠도는 먼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했던 슬픈 생각이 일순간에 거친 파도가 나를 덮쳤다. 성공할 수 없는 시도란 두려움이 앞섰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의 앞으로가 조금이나마 달라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photo by. Rojoy


내 작은 결심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게 바뀔 수 있을진 모르겠다. 어쩌면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도전이다. 오롯이 수험생이었을 때와 지금의 사정을 비교해본다면 공부에만 집중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홀로 행동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신경 써야하는 처지라는 것이 크게 다르다. 물론 사회생활을 병행하면서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계속되는 갈증을 모른체 하고 살기엔 미래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수험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씩씩하게 공부하리라 했던 다짐과 달리 매일같이 울고 있다. 남들은 결혼 이야기, 투자 이야기, 시시콜콜한 잡담을 주고 받을 때에 나는 여전히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라는 게 슬픈 까닭이다. 홀로 공부하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출퇴근 하는 삶에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완전히 지울 수가 없다. 여전히 떨치지 못한 걱정과 불안을 겪으며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달랜다. 잘 되든 아니든 결국 괜찮아질거라고.


언젠가   상세하게 준비과정에느낀 점들을 토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어떻게든  삶에 변화가 생긴다면  과정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고 싶다. 그런 이야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전진하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 나의 꿈을 향한 여정을 아름답게 기록할  있길 바란다.




철밥통이라 행복하지 않았고 봉사자로 의무를 다하기엔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으며,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내며 보람조차 느끼지 못했던 지난 날을 아픈 기억으로 담아두고,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려 한다. 늘 뻔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내 안의 열정이 식어가는 걸 느끼며 나는 현상유지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실 용기를 내기까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결국 여기에 머무르는 것으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또다른 시작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내 삶이 더욱 행복하기를 바라고 내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도대체 어떻게 해낸거냐는 질문을 받게 될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photo by. Jundori



TMI: 오늘도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현재의 심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이제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시금 예전에 쓰던 것처럼 좀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 본 일상과 사회의 면면들에 대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전보단 속도가 많이 늦춰지겠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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