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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l 04. 2021

고민보다 tattoo(타투) go

몸에 새겨 넣은 내 삶의 이정표

타투를 하고 싶었다.


  꽤 오래 전부터 몸에 문신을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는 타투를 새긴 사람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신념을 담기에 그만한 방법이 없다고 여겨서인 것인지, 알 수 없는 미적 끌림이 있었던 것인지 하여튼 타투를 좋아했다. 매년 여름만 되면 몸 여기저기에 타투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을 정도로. 좀더 보편적인 눈썹문신 시술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면서도 지나가는 누군가의 팔에 새겨진 나비나 꽃 모양을 보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새겨진 글귀를 보면 멋있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언젠가 나도 몸에 꼭 의미있는 무언가를 새기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드디어 타투를 하기로 결심했다.


  전보다  생각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그냥 남들이 하니까 예뻐보여서   해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지켜나가고 싶은 신념들을 몸에 새기고 싶어졌다. ‘나도   해볼까하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새기더라도 평생에  후회없을 것이란 생각이 확고해지자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내게 지금 의미있는 것들,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들을 글과 그림에 담기로 했다.


  사실 결심이 서게 된 건 최근에 우울증을 겪으면서였다. 서른 쯤이면 완연히 사회에 물든 적당한 어른이 되어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 나이가 되고 보니 기대했던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다. 삶에 찌든 탓에 불만이 많고, 관대함이 부족한 탓에 원망이 많은 ‘덜 자란 어른’일 뿐이다. 하지만 더 이상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도 아니다. 예전만큼 크고 작은 일들에 마음이 콩닥거리지 않는다. 기분의 업다운이 심해 스스로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차분하다. 과거의 나였다면 크게 상처받았을 일에도 지금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을만큼 무뎌졌다.


  그 동안 흘러간 세월은 내게 많은 추억과 교훈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삶의 풍파에 모난 부분이 깎이며 살고 있지만, 그 동안 나는 조금씩 성장해오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이리저리 기우뚱하며 갈팡질팡 못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나만의 신념이랄까, 가치관이라는 게 자리잡았다. 내 삶의 방향은 어때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이 생겼다. 앞으로 사는 동안 크게 바뀌지 않을 생각의 틀이 정해졌다.



  물론 그런 어렴풋한 결심이 구체화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존재했다. 우선 타투에 대한 각종 편견들이 넘어야 할 산이었고 시술이 아프다는 것 또한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또 아직까지 한국에서 합법화된 행위가 아니라는 점도 괜히 꺼리게 되는 점이었다. 그리고 내 직업과 내가 속한 조직이 경직된 사회라는 점 역시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도 나의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이미 올해 초 '안주하는 삶'에서 '도전하는 삶'을 살기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이 '영영 가지 못한 길'이 되어 평생에 후회로 남느니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자고 다짐했다.

 




<1> Hot air balloon / Bon voyage


I'll be out of my mind and you'll be out of ideas pretty soon.
So let's spend the afternoon in a cold hot air balloon.
Leave your jacket behind. Lean out and touch the treetops over town.
I can't wait to kiss the ground wherever we touch back down.

- Hot air balloon, Owl city

  학창시절 처음 이 노래를 접한 뒤로 가사도 멜로디도 너무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 들었다. 지금까지도 가사를 외울만큼 굉장히 좋아하는 노래다. 새로운 도전 또는 여행을 앞두고 그 준비과정에서의 짜릿함 같은 게 느껴지는 가사. 낯선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보다는 새로운 도전도 기꺼이 맞이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노래다.


  특히 그 중에 'We wrote a prelude'로 시작하는 가사가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메신저 등에 prelude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도입부의 멜로디와 가사가 주는 설레는 느낌이 좋아서 내가 무얼하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 생각해 여기저기에 자주 썼다.


  거기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황과 현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하기에 이만한 표현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 마음만이라도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정을 나만의 방식대로 잘 헤쳐나가고 싶다는 바람. 이런 생각들을 조합해 새기게 된 타투다.




<2> light it up like, dynamite

 

  원래는 순수하게 레터링만 새길 작정이었는데 밋밋한 느낌이라 색과 그림을 추가했다. 단순히 팬심에서 우러난 타투라기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가장 위로가 되준 노래의 가사를 따온 것이다. 물론 해당 노래의 주인에 대한 애정이 뿜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밝은 내용의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또 '빛난다'는 표현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일 것이란 확신 때문에 새기기로 결정했다. 노래 가사처럼 나도 언젠가 사람들 틈에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면서.



<3>  보라빛 다이아몬드 하트


  원래는 밑에 glow라는 글자와 다이아몬드 형태로 정했다가 레터링을 없애고 디자인을 바꾸었다. 큰 의미는 없지만 내가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새겼다랄까. 예뻐서 정한 게 더 크다. 사실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보니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자책이 심하고 쉽게 의기소침해진다. ‘난 왜 이 모양일까’하는 자괴감 때문에 더욱 마음 고생이 심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자책에서 벗어나 내 자신이 충분히 아름다고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좀 더 스스로를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른 디자인이다.




아팠지만 견딜만 했다.


  나의 경우, 모든 시술은 마취크림을 바르지 않고 진행했기 때문에 쌩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마취크림을 바르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난 뒤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타투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하지만 대체로 참을 만한 따끔거림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도 아프지 않았고 다만 색을 입히는 과정이 꽤 고통스러웠다. 검정색 테투리를 그릴 때는 별 느낌이 있지도 않았다.


  가장 안아팠던 건 발목 부근에 새긴 레터링 타투였고 가장 아팠던 건 2일에 걸쳐 시술받은 보라빛 다이아몬드 하트다. 색을 먹이는 작업은 특히 오래걸리는 데다가 커팅 모양에 따라 다양한 색이 섞여 있어 더욱 작업시간이 길었다. 결국 시간이 부족해 하루 안에 끝내지 못하고 이틀에 걸쳐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이미 1차 시술로 팔의 피부가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 염증이 생기거나 할 수 있어서 우선 집에서 냉찜질을 하고 타투 애프터크림을 듬뿍 발라줬다. 관리는 사실 바세린으로 하겠지만 상처를 잘 치료하지 않는다면 덧나고 아플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처치부터 신경썼다.


  색 작업은 받는 부위나 색 넣는 정도에 따라 고통의 크기가 달랐는데, 얇고 간단한 정도는 이쑤시개로 콕콕 찌르는 느낌이었고, 어떤 데는 송곳으로 찌르거나 커터칼로 긋는 듯한 아픔도 있었다. 확실히 날카로운 무언가로 찔리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아프다는 후기를 듣고 무서워서 걱정했지만 하고나니 그럭저럭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아직 시술받은지 얼마 안 되우 각질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는 아니라 1-2주 정도 더 관리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전혀 후회되는 건 없다. 시간이 흐르면 나와 함께 그림도 늙어가겠지만 그땐 자연스럽게 나이든다는 것을 깨우쳐야겠지 하는 생각 뿐이다.


출처 pixabay


  앞으로의 내 삶이 모노톤이 아니라 컬러풀하길 바라면서, 나는 개성있는 늙은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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