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In the moment #6 창작시

by 흔한여신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매일같이 뜨고 지는 태양 빛을 벗삼아

온종일 제자리에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는

나는 등대지기


가끔 저 편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풀 소리를 위안삼아

언제나 무겁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는 등대지기


따뜻한 햇살 아래 잠시 생각을 접어두고

멍하니 밖을 바라보면

세상만사가 다 평화로워 보인다

그리웠던 모든 것들과 후회스러운 모든 순간들을

파도에 실어 멀리 보내고 나면

답답했던 마음마저 금세 후련해지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온몸에 나른함이 덮쳐온다

남들이 결코 보지 못하는 그런 아름다움에 취해

고달프다는 생각마저 한 줌의 재가 된다


때로 거센 비바람이 칼날처럼 매섭게 쏟아지고

거친 파도가 폭탄마냥 무섭게 떠밀려오고

시린 겨울 바람이 차갑게 불어닥치지만

그런 변화무쌍한 날씨보다 무서운 건

세상에 혼자라는 자각

매일이 홀로 자유로운 게 아니라

매일이 고독한거라는 슬픈 생각

언젠가 누군가와 함께 거닐던 땅을

홀로 밟아야 한다는 외로움

더 이상 내 소리와 생각을 나눌 이가 없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

이 모든 게 절망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가장 두렵고 힘든 때


하지만 그 폭풍같은 감정이 물러난 자리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잠들어 있었다

바다에 물든 태양의 반짝거림이나

인적이 드문 적막이 주는 고요함이나

혼자 오롯이 바라보는 까만 밤하늘의 수 많은 별빛

그런 사소한 것들이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답답했던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내일의 밤을 또 기다리게 만든다


고독이 주는 씁쓸함 속에

달콤함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외롭지 않은 등대지기

가끔 돌아갈 뭍의 세상을 기다리며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등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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