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ear my dia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한여신 Dec 03. 2021

1주년

브런치에서 보낸 365일

  몇 달 전부터 현생이 많이 힘들어서 였는지 '글태기'가 온 탓에 글 한 자 쓰지 못하고 지나간 날이 많았다. 1주일에 하나 정도는 써야지 했던 목표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지쳐있었고 나답지 않다 느낄 만큼 무력함에 젖어 있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버티던 하루하루였다. 누구나 '번 아웃'이 오는 시기가 있지만 나의 경우 스스로를 불태울 만큼 치열했던 경험 없이 찾아온 슬럼프였다. 마치 오르고 있던 계단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디딜 곳이 없어진 발이
허공에 붕 떠 있는 그런 느낌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었다간 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게 부족함 없는 삶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끝없는 갈증에 어쩔  몰라하고 있었다.  손에 쥐지 못한 부와 명예 따위를 탐하며 현실에서의 행복을 찾는 대신 벗어날 방법을 찾느라 발버둥치고 있었다. 불행히도 아직 탈출구를 찾진 못했지만 다행히도 어딘가 희미한 빛이 비추는 통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다가 다음에 새로운 싹을 틔울 때는  강하고 아름답게 자라날 것이라 믿고 있다.


photo by. Rojoy


글이 올라온 지가 벌써 1년이 되었다.


  오늘 따라 평소답지 않게 뭔가를 끄적이고 싶어진 건 아마도 잊혀진 기억 하나가 오랜만에 제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이곳에 첫 글이 올라온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2020.12.3.부터 이어온 여정이 첫 기념일을 맞았다. 그 때 난 10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괜한 목표였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았고, 처음 시작 때의 설렘이나 걱정은 없어졌지만 지금은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이 공간을 찾는다. 빠른 시일 내에 대단한 걸 해내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기록을 이어나가겠다는 마음으로, 조급함에서 벗어난 상태다. 좋아요수에  집착한들 내게 하등의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얘기하고 싶은 욕구를 많이 해소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한계를 느꼈다. 퇴고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많이 읽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읽힐 만한 글이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지인들과 나눌 게 아니라면 '잡스러운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려면 많은 노력과 재능이 뒤따를 뿐만 아니라 시의적절해야 한다. 운마저도 재능인 시대에 남들에게 잘 보인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사무실 한 켠의 크리스마스


지금까지의 기록과 앞으로의 수 많은 빈 페이지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다. 많은 걸 바꾸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 하나 없이 이리저리 고군분투만 했다. 그럼에도 뭐 하나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생각했던 바대로 좇아가려 노력했다. 누군가는 실패한 것 또한 훌륭한 경험이라고 치켜세워주기도 했다. 엄청난 성과랄 건 없었지만 꾸준함 자체가 성과라고 본다면, 금세 포기하지 않을까 했던 벌써 1년을 맞은 이 창작 활동 역시 '대견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한다. 아직까지 뚜렷한 색깔이 없는 듯한 게 흠이지만, 차차 덧칠해갈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부터 쓰기 시작한 책은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  아직은  수가 없다. 아마도 나의 성장에 따라 조금씩 내용도 문체도 바뀌어 나갈 것이다. 마지막 장에 어떻게 장식될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닿는 대로 열심히  페이지들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처럼 12 3일도 매일 다시 맞게  테다. 시간이 흘러  많은  정말로 변했을 즈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눈부신 순간들을 기록할  있기를 바라며, 1주년 자축 일기를 마침.


photo by. Rojoy




매거진의 이전글 가볍게 쓰는 일기 _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