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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Dec 14. 2021

화이자 3차(부스터샷) 후기

아프고 또 아프다

마지막 접종 후 5개월이 지났다.


  1,2 때도 뻐근함이 가장  고통이었을 , 몸살기운이 올라오진 않았다. 앞선  번의 경험은 내게 불안감을 심어주기는커녕   아닐 것이라는 안도감들게 했다. 두통과 몸이 무거운 정도야  달고 사는 지병과도 같은 것이니 그러려니  것이다. 화이자가  받는 체질인가, 혹은 몸이 건강하지 않아 면역반응이 작게 일어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상과 달리 허를 찔렀다.


3차 접종은 드디어 화이자를
제대로 만난 기분이었다.


  나보다 앞서 접종했던 사람들의 후기는 그냥 몸이 무겁고 팔이 아픈 정도라고 했다. 겁 먹을 게 없어 보였다.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접종 당일 밤부터 지옥이 시작됐다.


출처 뉴데일리경제


접종 당일, 병원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접종 당일 나는 아수라장이 된 병원에 들어섰다. 예약한 시간은 오후 2시. 서둘러 퇴근을 했고 접종 이후 4건의 중고거래까지 하기로 되어 있었기에 꽤 빠듯한 스케줄이었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1,2차 접종 시에 굉장히 여유있게 접종을 마친 경험 때문에 그리고 예약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방심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데 병원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확진자가 7천명대에 육박해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문자를 뿌린 상태. 3차 접종을 서두르라는 내용이었다. 고령층은 최종 접종일로부터 3,4개월만 지났어도 부스터샷 접종이 가능하다며 당초의 방침을 바꿨다. 발 빠른 소식에 무지했던 나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휘둥그레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예약자인 나의 순번도 한참 밀리고 밀려 기약없는 상태였다. 그 날 병원에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확진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급히 병원을 찾은 고령층들이었다.


  나는 뒤의 스케줄을 미루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느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병원측에 순서를 따졌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별 수 있나, 그냥 얌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예약자에 대한 배려는 불가하니 기다리든지 다음날에 다시 오든지 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뒤로 하고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주사와 대면하게 됐다. 45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맞게 된 백신. 낯빛은 이미 흙빛이 된 상태였고 입술은 삐죽 나와있었다. 주사액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순간에도 시간이 촉박해진 것에 대한 짜증만 가득했을 뿐, 접종 자체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온몸이 열로 펄펄 끓 것이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아프고, 또 아팠다.


  모두가 잠든 밤. 앓는 소리를 하며 홀로 잠 들지 못했다. 아이구, 아이구를 반복하며 타이레놀을 찾아 헤맸지만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워진 몸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결국 약 없이 밤새 쌩으로(!) 끙끙 앓았다. 앓아 눕는다는 게 이런거구나 하는 걸 느끼며 자도 잔 게 아닌것마냥 이리저리 뒤척였다. 체온계가 없어 정확한 온도는 모르지만 아마도 37도 이상은 되었을 거다. 밤새 열은 가라앉지 않았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듯 아팠다. 콧물과 목아픈 증상이 없는 완연한 감기기운이었다.


  자고 일어나서야 타이레놀을 찾았다. 눈이 떠지지도 않고 몸이 일으켜지지도 않았지만, 생명수인마냥 약을 찾아야했다. 겨우 약을 찾아 삼키고 회사에 아파서 못간다는 연락을 취하고 그냥 기절해버렸다. 밤새 제대로 못 잔 데다가 왜인지 모르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어 시간 뒤 쯤 깼을 때는 다행히 몸을 괴롭히던 증상들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왜 의사들이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적어도 백신과 관련한 증상에 있어서 타이레놀은 만병통치약과 같았다.


  완전히 컨디션을 되찾은 건 그 다음 날이 되어서였다. 백신 접종 후 36시간 정도까지는 몸이 무겁고 맞은 것처럼 아프고,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증상이 지속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현상은 줄어들었지만 나는 꽤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물론 감기처럼 오래가지는 않는다. 가짜 열병이라 그런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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