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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Dec 31. 2021

연말정산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며,

코로나가 어느 덧 당연한 일상이 된 한 해,
사람들과의 거리두기가 익숙해진 1년이었다.


  사람들과 웃고 떠들었던 기억은 이제 빛바랜 추억과 같아졌다.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고, 마스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겨울 들어 1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만 작년    넘게 확진자가 나왔을 때에 비해 반응은 미온적이다.  기억엔 오히려 작년 말에 느꼈던 두려움이  크다. 당시 확진이 되어 직장에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  수업을 들었는데 다행히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단했던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긴 시간 서로의 곁을 지켜왔던 오랜 연인과의 결별, 한 때 가족만큼이나 가까웠던 동료들과의 거리두기. 그리고 이전에는 미처 실행에 옮길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일에 대한 도전. 그 동안 의지해 왔던 것들이 모두 뒤틀리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뭐든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이 지나간 한 해였고 그래서 아쉬움, 허탈함, 공허함으로 괴로워했던 한 해였다. 그런 내 글에도 우울함이나 슬픔이 많이 배어 있었던 것 같다. 씩씩하고 희망적이기도 했던 내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짙은 그림자만 남아 있다. 지금 나는 그 어둠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우는 중이다.


https://www.deviantart.com/rockeagle/art/Sad-Nature-350747236
주식과 코인 시장이 들썩일 때 그곳에 제 인생을 베팅했던 동료는 어느 덧 퇴사를 했다.


  주변에서 이게 기회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극악무도한 확률로 벌게 되는 거라고 믿었다. 잃는 사람이 대다수니 헛된 희망을 가지고 섣불리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 끝에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저마다 '신포도 이론'을 주장하며 어짜피 못 먹을 감, 찔러나 본 거라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런 그들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며 결국 이것도 지나갈 일이려니 단정지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뒤집은 결과를 마주하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 때 친구로 지냈던 동료는 이제 따분한 공무원 조직을 떠나 꿈꾸던 '돈 많은 백수'가 되었다. 내 책상과 자리는 그대로인데 그는 드디어 일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얻었다. 후련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나는 입안이 온통 씁쓸했다. 떠나는 그를 보며 삶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랐기보단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온갖 것에 대한 의지가 소멸해버리는 무기력증을 겪었다.




내년에도 나는 삶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맬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 왔는가 하는 문제에 나는 제대로 답을 낼 수가 없었다. 그 많은 경험과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더욱 괴로움으로 이끌었다. 잘 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과 달리 내가 온통 오답을 적어낸 것만 같았다. 올해 내가 받은 성적표는 F 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니 모든 게 답보 상태인것 같아 마냥 답답했던 1년이었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사람에 기대보려고 노력했으나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글조차 써지지 않을 만큼 불안함에 내내 시달려 온 시간이었다.


  그런 내가 해가 바뀐다고 단숨에 답을 찾아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답을 찾을 때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과정에 새로운 상처가 생길 것을  알고 있다. 다만 연이어 찾아올 시련들에 맞서 나는  버틸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든다. 물론  마음이야 어떻든 내일도 변함없이 해가  것이고, 해가 바뀐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해지기를 바란다.


그 내일엔 좀 더 웃는 일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출처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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