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ear my dia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한여신 Jan 16. 2022

가볍게 쓰는 일기 01

(2022v.) 오늘의 하루를 담다,

오랜만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근래에는 밤잠을 설친  없이  잔다 싶었는데,  다시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10   처음 불면증이 찾아온 뒤로,  달에  어번 정도는  쉽게  못드는 날이 있곤 했다. 어쩌다 생기는 일이라 처음과 같이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그러려니 받아들인다. 가끔 만나는 손님 같은 니깐.


피곤한 탓에 금방 잠이 쏟아질까 싶어 뒤척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다음  출근하지 않는다는  그나마 위안이다. 잡다한 유투브 채널을 훑어보 시간은 흘렀지만 그럼에도 잠이 오질 않아 몸을 일으켰다. 머릿 속은 이미 여러 생각들로 뒤엉켜 있는 채였다.


photo by. Rojoy 망리단길


갑자기 불길한 마음이 들어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다. 내키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망을 접속했고 보고 싶지 않았던 메일을 열어 보았다. 거기엔 작년의 나에 대한 성적표가 들어있었다. 누가 알려준  없지만  등급에 대한 답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망친 성적이니 재수라도   있다면 좋겠건만, 돌이킬  없이 뒤틀려 버린 과거에 나는 한껏 씁쓸함을 느꼈다.


전에 비해 더 바쁘게 살았지만 이상과 현실 어느 하나에도 최선을 다 할 수 없었다. 진이 빠졌지만 성취감은 승자만의 전유물이라 나는 그저 숨만 헐떡일 뿐이었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대가는 매우 혹독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절실하지 않았던 내게 빠져나갈 구멍이란 없었다.


한 우물만 팠어야지.   


회사 일을 제쳐두고 투자에 올인했던 친구는 50억을 번 뒤 퇴사를 해서 40억짜리 건물주가 되었고, 다른 친구는 운 좋게 원하던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또 한 명의 동료도 제 자아 실현을 위해 곧 그만둔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선택이 바뀌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최하위의 등급을 맞은 성적표를 들고서 말이다. 아직도 위용이 대단한 이 찬 바람은 대체 언제까지 불 작정인지 모르겠다. 일에 대한 마음이 또 도통 잡히질 않게 생겼다.


출처: Inc.com
요즘 매일 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


여전히 슬럼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하고, 체력이 달려서 욕심만큼 하루가 꽉 채워지진 않지만 적어도 가만히 있기보단 움직이려 한다. 기회가 되는 대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새로 배울만 한 걸 찾아보기도 했다. 이것저것 시야를 넓혀야겠단 생각에 밀리의 서재 구독을 시작했고 몇몇 온라인 스터디에도 참여했다. 의욕이 앞서 책을 10권 가까이 다운받았고 그래도 벌써 3권쯤 해치웠다. 물론 매일같이 의지가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서 좀 벅찰 때도 있었다.


액정에 금이  핸드폰을 바꿨으며 오래되어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노트북을 답답해 하다가 맥북을 구입했다. 당근 마켓을 하며 판매의 재미를 깨달은 뒤로 중고 핸드폰부터, 향수, 스마트 워치 등등 각종 쓰지 않는 물품들을 판매했다. 조금씩 용돈 벌이를 하는 이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중독성이 아주 강한.


내가 꿈 꾸는 미래의 내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 했다.


곧 인사이동이 있을 예정이다.


 발령 뒤로 3 반이 넘도록  장소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작별이 시원섭섭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마음이 떠나간  발령지. 이곳을 벗어나면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지금의 답답함에서는 일시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다음  쯤이면 아마 내가 가게  다음 행선지, 그리고 거기서의 운명이 대략 결정될 것이다. 아주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변화를 맞이할 준비와 동시에 변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며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매일이 완벽하지 않지만 적당히 어떤 색으로든 채우려고 애쓰면서. 1년 뒤의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표정을 지으며 살아갈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보단 더 많이 웃고 지내기를 바란다. 가볍게 담고 싶었던 나의 얘기가 너무 응어리진 탓일까, 어두운 구석이 많은듯 하지만 그 또한 현재의 모습이니.


다음 일기가 쓰일 때 쯤에 내가 맞은 변화가 부디 나쁜 게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할 텐데 말이다.


bgfoto / Getty Images


매거진의 이전글 연말정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