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온도

알 수 없는 그 온도

by 흔한여신
체온 측정해 주세요.
삑. 정상입니다.


요즘은 어딘가에 출입할 때마다 체온 측정이 의무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부과되는 의무. 대부분의 경우 특별히 몸에 이상증세가 없는 한 정상체온으로 분류된다. 간혹 기계 오류가 발생하거나 몸에 살짝 열이 오른 경우 경고등이 울리긴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체온을 측정하는 기계가 측정할 수 없는 온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의 온도'는 알 수가 없다. 마음의 온도가 얼마나 내려가 있는지 혹은 올라가 있는지 겉보기엔 알 수가 없다. 겉으론 웃고 있는 사람들이 우울하고 불안한 속내를 감추고 있을지 모르고, 따뜻할 것만 같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냉한 가슴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을 오래 본다고 그 마음을 정확히 알기도 어렵고, 쉽게 가늠이 되지도 않는다. 제아무리 기웃거린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서성이는 마음만 애탈 뿐이다.


때론 남의 마음만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거북한 기분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은 어디서부터 솟아오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잠을 달아나게 만들고 가만히 있는 것조차 불안하게 만드는 답답함. 그래서 가끔은 차분한 상태에서 온갖 얽힌 실타래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에 껴 있는 찌든 때 위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벗겨내야 한다.


https://www.cta.org/educator/posts/listen-with-a-warm-heart-by-richard-cohen


요즘 낯선 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한 적이 꽤 있었다.


코로나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소통이 그리웠고 대화가 필요했던 내게 온라인은 새로운 시도를 해 볼만한 공간쯤으로 여겨졌다. 나란 사람에 대해, 나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대화.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불쾌한 구석이 많았다. 어쩌면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 수도 있다. 미지의 세계에서 헤매다 보면 분명히 내게 맞는 퍼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오만함에 빠져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혹시나 툭 던진 말이 상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던 나와 달리 비대면으로 만난 온라인 속 사람들은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상대에게 제 진심을 보여주거나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기 보다 적당히 유희를 즐기는 듯 했다. 어쩌면 말이 잘 통하는 이를 만날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로 새로운 시너지를 얻고 싶었던 작은 바람은 사람들의 무심함에 처참히 짓이겨졌다. 쌩하게 지나쳐 가는 바람처럼 모든 건 스쳐 지나갔고 의미 있게 남은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탓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기대를 완전히 접은 나는 이제 더 이상 사람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는다. 내 마음을 지킬 단단한 장벽을 세운 채로 작은 구멍을 통해 주변 세상을 관망할 뿐, 먼저 나서거나 움직이겠다는 생각은 멈춘지 오래다. 그런 나는 이제 낯선 이들을 대할 때마다 호기심보다 경계심이 먼저 고개를 든다. 나의 얄팍한 호기심으로 인해 또 다시 깊은 상처가 새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아픔에 대한 기억은 날카롭고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다시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빠르게 죽일 수 있도록 남아 있는 ‘면역 세포’ 같은 거다.


그래서 항상 궁금하다. 상대의 온도가 몇 도인지, 내가 다가가기에 적절한 온도일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는 않을지.


그런 알 수 없는 것들을 측정하고 싶다.
마음이 다치는 일이 없게 알아내고 싶다.


https://www.viki.com/collections/1139815l-cold-guy-warm-heart?local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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