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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한여신 Jul 28. 2022

가볍게 쓰는 일기 05

오늘의 하루를 담다,

요 근래에 일이 너무 바빴다.


나는 일이 쌓이는 꼴을 못 보는 성격이다. 원래는 꽤 느긋한 편이었으나, 해야할 일을 바로 끝내버리고 쭉 쉬거나 다른 할 일을 하는 걸 선호하다보니 몰아서 집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달에 처리해야 하는 건수가 다른 달에 비해 훨씬 많았다. 아무리 빠르게 처리를 해도 일은 쌓이고 또 쌓였다. 매일 같이 컴퓨터에 영혼을 갈아 넣어도 새로 들어오는 건들로 인해 양이 줄어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실 좀 쌓인 채로 두어도 괜찮았지만 스스로 쌓아두는 걸 싫어하다 보니 또 체력 이상으로 무리를 한 것이다.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몸이 나가 떨어졌다. 좀 쉬엄쉬엄했어도 됐을 것을 참지 못하고 빨리빨리를 외치다 보니 몸에 과부하가 왔다. 오늘 아침부터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고3 수험생 때 체력이 너무 바닥을 치는 바람에 이명으로 고생한 뒤로 한 동안 무탈히 잘 지냈었는데, 오랜만에 병이 도졌다. 그래서 오늘은 하루종일 귀가 먹먹한 채로 지냈다. 다행히 귀가 들리긴 하는 걸로 보아 난청까지는 아니지만 몸이 적신호를 보낸 만큼 더 이상 무리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공부할 겸 쉴 계획을 미리 세워뒀던 터라 오늘은 일찌감치 퇴근을 했다. 오자마자 대강 정리를 해놓고 침대에 누워 시체처럼 잠만 잤다. 그런데 피곤함이 꽤 많이 쌓였던 건지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기는커녕 온 몸이 무거웠다. 씩씩한 척 한다고 또 체력을 가진 이상으로 썼구나 싶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약한 체력을 가진 나는 근근이 체력 강화를 위해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들을 늘 신경써 먹고 있지만 딱히 엄청 건강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적은 없다. 부족한 체력을 늘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아주아주 건강했으면 좋겠다.


직접 만든 브런치


계속해서 배우는 게 많다.


학문이나 지식이 느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필요한 깨달음들을 얻고 있다. 혼자 지내면서-특히 살림에 관해-나도 모르게 레벨업 되는 부분이 있고 특히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게 많다. 시무룩해질 틈을 주지 못하게끔 해야할 일들이 있고 웃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왜 자신을 자학하냐며 조언해 주는 선배가 있다. 나는 걱정과 불안을 늘 떠안고 사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내 자신이 어떻게 해야 단단해질 수 있는 지를 배우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일들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생각으로 가만히 있으니 어떻게든 되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애써 겸손해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괜찮아졌다. 좀 자유로운 영혼이면 어때, 그게 내 개성이지. 더 이상 벽지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멍도 잘 때린다. 긴장할 일도 별로 없고 고민하거나 머리 쓸 일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잘 보이려는 욕심도 없고 원하는 것을 위해 애쓰지도 않다 보니 마음만은 편하다.




과거의 한때, 산세베리아, 유럽제라늄, 수국


이번 년도에는 식물 키우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현재는 총 다섯 종류의 화분을 키우고 있다. 이게 다 2019년도부터 기특하게 잘 크고 있는 산세베리아 덕분이다. 산세베리아를 보며 다른 것들도 키워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까닭이다. 하지만 또 죽이기부터 시작됐다. 먼저 샀던 제라늄과 수국, 은행목은 모두 죽었다. 수국은 죽은 꽃잎을 너무 떼어냈던 게 사인인 것 같고 제라늄과 은행목은 더울까봐 물을 자주 준 바람에 과습으로 뿌리가 썩었다.


한 번에 산 식물들을 순차적으로 죽이고 나니 꽤 속이 상했지만 고심 끝에 이번엔 제법 좋아 보이는 쇼핑몰을 골랐고 펠리아페페와 오렌지 자스민을 새로 샀다. 어제 막 온 것들인데 오렌지 자스민은 오늘 꽃망울에서 꽃잎이 움텄다. 나도 빛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들로 일부러 골랐다.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만큼 양지에 잘 자라는 식물을 키우는 게 내 성향에 맞는 것 같다.


오렌지 자스민, 펠리아페페, 아데니움


LP에 관한 추억은 없지만 동경은 있었다.


쿠팡의 쇼핑 알고리즘에 의해 영업 당한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LP 플레이어다. 물론 음질이 아주 뛰어나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들을 만하다. 첫 LP로 오케스트라 버전 디즈니 OST를 샀고 최근에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OST와 ABBA의 베스트곡 모음집을 샀다. 밤에 은은한 조명에 LP판을 돌리고 있으면 평온하기 그지 없다. 절로 힐링이 된다. 다만 거의 해외 직수입이 많아 받아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송비를 포함하다 보니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만족스럽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삶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유투브의 유명한 플레이리스트들도 좋지만 LP 감성을 이길 수가 없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보다 더 나은 환경 속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울함과 즐거움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때론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하고 때론 너무 즐거워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 곧 있을 8월의 인사이동을 앞두고 조금 심란하긴 했으나 걱정은 한 켠으로 치워둔 채 오늘의 휴식과 내일의 평온함을 즐길 예정이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루만큼 안락한게 또 없으니.


여름의 꽃 무궁화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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