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moment #2

어느 하루에 대한 고찰

by 흔한여신

실내에 갇혀 있는 사람 속도 모르고 날씨는 쾌청하다.

물론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를 대고 연인과의 만남, 지인과의 만남에 들뜬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집 안에 틀어박히기로 결심을 했다. 사실 바람의 온도가 어떻든 내가 자리했을 풍경의 온도는 따뜻했을 것이기에, 오히려 덥다 느껴졌을 것이기에, 아쉬운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구름도 많지 않은 맑은 하늘이다. 눈비 소식도 없고 한파가 들이 닥치지도 않은 날씨,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별 거 없이 지나갈 하루라 딱히 설렘은 없다.

다만 마지막 장만 남은 달력을 보며 정말 한 해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예전엔 겨울이면 태양빛이 지상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탓에 밀려드는 서운함을 거리를 수놓은 작은 불빛들에서 위로받곤 했는데 그러한 구경마저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불빛 속을 걸으며 사람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던 일들도 현재엔 꿈 꿀 수 없는 과거로 남아있다. 창 밖 너머로 해가 뜨고지는 걸 간간이 확인할 뿐이다. 앞뒤가 꽉 막힌 사무공간에선 그나마 문 밖을 벗어나야 비로소 시계(視界)가 훤해진다.


인적이 드문 밤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오토바이다.

격상된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9시만 되면 거리엔 썰렁함이 가득하다. 대부분의 상가는 9시가 넘은 시각엔 문이 닫혀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야심한 시각에도 꺼지지 않은 주택가 불빛 사이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배달음식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진 지금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 대신 거친 속도로 질주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한산해진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달갑지는 않은 게 마주칠 때마다 소름끼치도록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섬뜩한 존재다. 공유 공간에 대한 규칙이며 예절 따윈 찾아볼 수도 없이 자본의 논리만 앞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인것 같다. 감히 직업인이라 대우할 자격이 있을까 싶은 이들이다.


온 종일 침대를 벗 삼아 누워있었다.

지겹도록 핸드폰 속 세상에 갇혀 색이 지워진 내 감정에 채색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물론 유튜브 시청이 내 기대와 소망을 대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일시적인 욕구불만 해소엔 도움이 되니깐. 다들 그런 게 아닐까. 취미생활이 뚜렷하지 않은 채로 혹은 어떤 자기계발이 필요한지 명확한 결론이 없는 채로 빈둥빈둥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덧 없는 인생은 그렇게 회사와 집을 오가며 이어지고 어느 순간 삶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된다. 잠시 쉬었다 간다 생각하며 지금의 무료한 시간을 버텨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감당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그 순간 끌리는대로, 선택과 집중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삶에 찍힌 쉼표에 마냥 기대어있는 시기. 하지만 그 쉼의 순간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이대로가 괜찮은 걸까? 걱정이 또 한 겹 쌓인다. 답답한 게 나를 둘러싼 상황인건지 내 자신인건지 잘 모르겠다. 문제만 놓인 내 인생에 보고 베낄 수 있는 정답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 답을 선택하진 않더라도 풀이를 보면서 참고라도 하게 말이다. 틀린 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회를 하고난 이후엔 용서하고 용서받을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답을 찾아 헤매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스스로 잘못을 시정할 기회가 빨리 주어졌으면 좋겠다.


멈춰버린 모든 것들 사이에서, 많은 아쉬움들이 피어오르는 하루다.



이미지 출처: https://www.udiscovermusic.com/stories/best-christmas-so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