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그립다

한껏 미워했고 좋아했던 나의 추억들

by 흔한여신

올해 봄, 1년 반 정도 몸을 담았던 팀을 떠났다.

코로나라는 변수가 생긴 탓이었다. 바이러스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파고 들었고 이에 정부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전례가 없는 상황에 사람들 간 교류 자체가 차단되면서 각 팀들이 원래 추진하려던 연간 계획도 꼬였다. 많은 계획들이 취소되고 운영이 중단되는 가운데 당장 기업체에서 밀려들어 오는 지원금 신청 건을 감당할 수가 없을 만큼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팀도 있었다. 결국 모든 부서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인력이 새로운 임시조직에 투입되어야만 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팀 이동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내심 기대했던 일이었다. 1년 반. 길지도 결코 짧지도 않았던 시간 동안 이미 업무는 배울 만큼 배운 상태였고 남은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호흡을 잘 맞추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해 말 구심점이 사라진 가운데 팀워크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상처야 시간이 흐르면 치유되는 법이지만 불과 몇 달 전에 발생한 일이라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함께 지내는 일이 썩 달갑지 않았다. 한편 임시조직이 형성되면서 젊은 직원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었기에 업무강도에 비해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때문에 격무에 시달리는 건 두려운 일이었고 새로 일을 배우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지만 떠나기로 한 결정을 나 역시 반겼다.


예상했던 대로 팀 이동은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처음엔 낯선 환경이 두렵기도 했으나 서로 상부상조하며 으쌰으쌰하는 분위기 덕분에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들과 보내는 새로운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의욕이 넘치고 제각기 장점이 있어 배울 점이 많았기에 나는 그들 곁에 머물며 값진 시간을 보냈다. 내 욕심이 앞서기보다 쟁쟁한 선배들 밑에서 내 할 몫을 다하는 데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원팀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주변환경에 녹아 들어있었다. 그 시절을 지나는 중에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생각했었는데 그 밖으로 걸어나온 지금에는 더욱 절감하고 있다.

물론 처음엔 팀에서 돌아선 뒤로 원망을 좀 했다. 억지로 이동을 하게 되어서라기 보다는 그 동안 서운했던 감정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아무래도 새롭게 가까워진 사람들이 베푸는 따뜻함에 매료되어 더 비교가 되고 더 챙김받지 못했다는 푸념이 생긴 것이다. 대놓고 표현한 일은 없었지만 나의 뜸한 안부인사가 그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소하게 있었던 아쉬운 일들이 떠오르면서 내 안에 불편한 감정도 덩달아 피어올랐다.

함께 떠났던 전주에서, photo by. 흔한여신


하지만 그 불편한 감정은 시간이 다시 흐르자 희석되었다. 분명 원망할 만한 서러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나는 그 시절조차 그리워하게 되었다. 그런 모든 감정들은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사실 당연한 일이다. 꽤나 무뚝뚝하게 던지는 말투가 좀더 상냥했으면 좋겠다는둥의 볼멘소리를 가끔 뱉었지만 그 안에 애정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더 좋은 시절을 지나면서 덜 좋은 시절이 새삼 부족했다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또 하나의 행복했던 기억임이 분명했다. 그런 기억들이 담긴 공간이니 첫 근무지인 이곳이 평생토록 기억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라떼는 말이야’로 두고두고 추억할 만남이자 추억으로 말이다.


내면의 교류가 깊지 않고 피상적으로 얽혀 파편화된 관계엔 진득함이 부족하다. 아옹다옹하는 일이 있더라도 서로를 아끼는 그런 순간들이 나는 필요하다. 그런 지난 날이 한 없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