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와의 산책 上

국립중앙도서관 답사기(feat. 지리학 수업)

by 흔한여신

0. 들어가며. 각양각색의 '지구의'와의 만남


“예쁘다!”

도서관에서 지구의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학창 시절에 봤던 지구의는 늘 과학실에 있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자면 보관이 용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쓰임과 어울리지 않게 과학실 한 켠을 지키고 있던 지구의들과는 달리, 다양한 형태의 지구의들이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반긴 지구의들은 ‘이 땅의 과거와 현재를 보관하고 있는 곳’이라는, 고전운영실에 대해 짧고 묵직하게 설명을 대신하는듯 보였다. 그런데 빽빽하게 책이 들어찬 여타 다른 도서관들과 달리 고전운영실은 휑한 느낌이었다. 학예사 분의 설명대로 ‘독도는 우리땅’ 임을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일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1. 지식의 보고, 국립중앙도서관 고전운영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곳’을 그림 상에 ‘표시’하면 하나의 지도가 된다. 따라서 지도의 시작은 장소에 대한 이해로부터 비롯된다. 그의 일환으로 소장되어 있는 지도와 지리지를 둘러보기 전에 도서관에 대한 설명부터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설명이 오늘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듣고 난 후에는 흔히들 생각하는 박물관이 아닌 도서관에서 지도들을 만나게 된 만큼 꼭 들어야 할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께서 혹시 학생들의 착오가 있을까 강조하셨듯이 답사 장소는 박물관이 아닌 도서관이었다. 두 장소의 공통점은 가치 있는 유물들을 보관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예사 분께서 말씀하셨듯 둘의 차이는 현대에 와서 재평가를 받고 높은 가치를 가지는 과거의 유물에 한정되어 있느냐, 현재의 것에도 미래적 가치를 부여하여 보관의 대상으로 삼느냐에 있다. 박물관과는 달리 국립중앙도서관의 보존 기능은 현재의 이용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이용을 전제로 존재한다.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찾고, 현재를 보려면 시장을 방문하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라’라는 말에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고전운영실은 옛날에 수집하여 정리, 보존한 고서의 이용 서비스를 현재의 국민들에게 제공하며 보관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었다. 실제로 고전운영실에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을 보관하고 있었다. 전시된 지도와 지구의들이 의미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답사 장소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곳이었다.


한창 설명 도중에 현 도서관 운영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이는 기관장(長)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에 관련한 부분이었다. 학예사분이 꼬집었던 도서관 운영의 문제점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자리에 고위공직자들이 명예직으로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자질 논란을 떠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경영의 효율성이나 이용자 수 등 성과에 너무 치중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처럼 관장이 실적을 올리는 데에 치중해 있다면, 앞서 설명한 대로 ‘지식의 보고’라는 도서관의 의의와는 맞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는 현실이었다. 도서관이 좋은 지식 창고로 유지 및 발전해 나가기 위해, 관장에게도 학문적 혹은 기술적 전문 지식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와 같은 관행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 외 다양한 국립중앙도서관 내의 행사, 도서 및 고서 이용 방법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 등을 더 들었다. 영인본의 제작, 디지털화 등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외 서적을 총망라한 지식 저장 창고의 역할을 하는 중심 기관으로서의 국립중앙도서관의 모습은 그에 걸맞게 웅장해 보였다.




*현재는 명칭이 고문헌실로 변경되었음

**이 글은 필자가 14년도에 수업 과제물로 제출하였던 내용을 일부 편집해 올린 것으로 현재의 국립중앙도서관에 대한 설명과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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